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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위기에도 금융계 달라진 것 없어"

"대형은행 개혁 너무 느리다"

라가르드·카니 고강도 비판


크리스틴 라가르드(사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계가 달라진 게 없다"며 대형은행들의 지지부진한 개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27일(현지시간) 런던서 열린 '포용적 자본주의' 회담 기조연설에서 "보다 안전한 금융시장을 만들기 위한 개혁이 너무 느리다"면서 "금융업계가 강화된 규제를 받아들이길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몇 가지 변화들이 보이지만 세계 금융계는 아직도 장기적 신중함보다는 단기이익에 치중하고 있다. 내일의 관계보다 오늘의 보너스에 집착하는 것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또 돈세탁,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사건 등 금융위기 이후 불거진 각종 스캔들을 나열한 뒤 "이는 결국 금융계가 위기 이후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스캔들에 연루된 몇몇 주요 은행들은 가장 기초적인 윤리규정마저 어겼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 동석한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도 라가르드 총재의 비판에 힘을 보탰다. 그는 "굴레(규제) 없는 금융시장에 대한 신념과 늘어나는 불평등, 그리고 (금융계에) 만연한 부패가 사회구조(social fabric)를 좀먹고 있다"고 했다. 국제금융안정이사회(IFSB) 의장이기도 한 카니 총재는 "금융계에 숨어 있는 이 같은 불쾌한 문제들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FT는 그의 발언이 금융시장에 대한 각국의 추가규제 시행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가르드·카니 두 총재는 대형은행들의 '대마불사' 관행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로 성토했다. 대마불사가 금융위기 이후에도 해소되지 못하고 금융계의 구조적 위험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니 총재는 "올해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해"라고 다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대형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미국이 치른 비용은 700억달러,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에서는 3,000억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밖에 라가르드 총재는 전세계 최고 부자 85명의 보유재산이 하위 35억명의 재산을 합친 것과 같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불평등 해소를 위해 진보적 과세 및 재산세 확대와 같은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카니 총재도 금융인이 개인 이익보다는 경제 전반을 건전하게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회담은 런던 내 금융특구인 시티오브런던 시장과 투자회사 EL로스차일드가 주관한 것이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인사와 기업인 25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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