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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대학도서관,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문화공간 돼야

대학들 “효율적 운영 위해 어쩔 수 없다” <br>일각에선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도서관은 한 사회의 문화적 수준을 드러내는 중요한 공공자산이다. 동서고금의 장서가 오롯이 보관된 그곳에서 시민들은 과거와 현재의 지식을 동시에 습득하며 미래를 도모한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 현재의 주요 선진국에 이르기까지 도서관은 확충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도시에 공공도서관이 많다는 것은 그 도시의 시민들이 문화적 혜택을 폭넓게 받고 있음을 뜻한다. 공공도서관이 많을수록 내적으로 튼실한 도시로 성장하는 것이며 이 같은 도시가 모여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해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공도서관=안타깝게도 한국은 다른 주요 선진국에 비해 공공도서관의 숫자가 한참 부족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공공도서관 한 개당 인구수는 무려 6만6,556명에 이른다. 이는 독일(9,902명)보다 7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며 영국(1만3,589명), 미국(3만2,845명), 일본(4만68명)보다도 많다. 1인당 장서 수 역시 한국은 1.34권으로 일본(3.07권)의 3분의1 수준밖에 되지 않으며 미국(2.69권)의 절반에 불과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서구 유럽 사회의 경우 도서관이나 박물관 같은 문화시설이 중세시대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우리나라는 뒤늦게 산업화 시대를 겪으면서 문화적 자산을 돌볼 여유가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경제적 규모와 역사적 전통이 다르고 공간과 재원은 한정된 상황에서 무작정 공공도서관을 늘리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각 도시에 두루 포진된 대학도서관이 공공의 역할을 일정 부분 수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 주민에 대학 도서관을 개방해 공공도서관의 대안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학도서관의 여전한 폐쇄적 운영=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상당수의 대학도서관들은 여전히 지역 주민에게는 문을 굳게 닫고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16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소재 30개 대학교의 도서관 운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도서 대출과 서가 이용 모두를 불허하고 있는 대학이 30%(경원대·동덕여대·명지대·서울시립대·성신여대·세종대·이화여대·중앙대·한양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가 이용은 가능하지만 도서 대출은 할 수 없는 학교도 7곳(건국대·광운대·동국대·서울여대·숙명여대·연세대·한국외대)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한 일부 대학의 입장은 단호하다. 대학과 공공도서관은 설립 목적부터 다르며 학생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대학의 최우선적인 임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경준 동국대 도서관장은 “장서의 수는 한정돼 있는 것이 현실이고 지역 주민이 도서관에 와 면학 분위기를 망치는 경우도 많다”며 “무작정 대학 도서관을 시민에게 개방하는 것은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 관장은 “과거에도 많은 대학들이 도서관 개방을 시도하려다가 학생들의 반발이 워낙 심해 뜻을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환 부산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도 “대학 도서관이 시민을 위해 문을 활짝 열어야 할 의무는 전혀 없다”며 “도서관 개방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학 도서관의 역할을 제한적으로 바라보는 이 같은 시각에 대한 반론의 목소리도 높다. 단국대 도서관의 한 관계자는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하지만 사실 시험기간을 제외하면 중앙 도서관에 빈 자리가 지금도 넘쳐난다”며 “오히려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대학 도서관의 개방은 바람직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권나현 명지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도 “교육기관인 동시에 사회기관이기도 한 곳이 바로 대학”이라며 “공공도서관이 선진국에 비해 한참 모자라는 상황에서 시민간의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서라도 대학들이 도서관 개방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방의 폭 얼마든지 넓힐 수 있어=이처럼 대학 도서관의 문턱은 저만치 높은 상황이지만 각 대학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개방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불가능하다만 하는 것은 지역 사회 기여 임무를 방기한 편의상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에게 도서관을 개방하고 있는 한국외대는 재학생들이 붐비는 시험 기간에는 주민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또 건국대는 주민의 자료 열람 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조찬식 동덕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대학 도서관의 지나친 폐쇄적 운영은 올바른 도서관 문화의 정착에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수업 지정 도서는 재학생만 이용하게 하거나 데이터베이스 이용량을 제한하는 등 개방의 폭을 조절하는 여러 방안들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수도권보다 활성화 돼 있는 지방 대학의 도서관 개방= 수도권 대학은 도서관을 개방하더라도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서관을 개방하는 대학들은 주로 지역 주민이나 구민에 한해 개방을 하고 있으며, 고려대나 서강대는 사전에 추첨 및 선별 작업을 한다. 반면 지방대학들은 상대적으로 도서관 개방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부산대와 동아대, 경북대와 영남대는 각각 부산과 대구 시민이면 누구나 도서관 이용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경북대의 한 관계자는 “학교 설립 취지 자체가 지역과 함께하는 교육 대학”이라며 “개방 초기에는 학생들의 반발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도서관 운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형구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 사무총장은 “수도권의 유명 대학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지방 대학들은 홍보 차원에서라도 도서관 개방을 하려고 한다”며 “이용자들을 수용함에 있어 공간 문제가 다소 여유롭다는 점도 지방 대학들이 도서관 개방에 적극적인 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변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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