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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0월 8일] 백약무효(百藥無效)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제2의 IMF 외환위기가 다시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시장과 국민들의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대책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실제 위험도 크지만 그 위험을 인식하는 불신과 공포가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다. 국내 금융불안의 근본 원인은 달러 기근과 이에 따른 환율 급등이다. 하지만 경상수지 적자와 외국인의 증시 이탈, 정부 외환정책 불신 등이 겹친 탓도 적지 않다. 한가지 원인으로 나타난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 6일 은행들에 외화자산을 매각해서라도 달러를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자구노력 없이 정부에 달러를 구하려는 은행들의 행동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은행들도 즉각 외화자산 매각 검토에 착수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기업들에 외화 대출로 묶여 있고 은행별로 고작 10억~30억달러의 외화자산만을 유동화할 수 있을 뿐이다.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오히려 달러를 확보하기 전에 ‘덤핑 판매’에 대한 주주이익 침해로 인한 배임을 따지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식의 대책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다. 지금은 어느 누구도 금융위기의 파장과 앞으로의 지속 여부에 대해 정확하게 예측하거나 진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신용경색이 풀리지 않는 한 국내 금융시장의 달러 부족과 환율 급등 문제를 쉽게 잡을 수 없다. 정부도 ‘총체적 위기’라고 말하고 있다. 시장참여자들도 ‘위기설’을 외친다. 위기극복에 대한 자신감과 해결책 마련보다는 현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위기만을 강조할 뿐이다. 이에 따라 “신경과민 상태의 시장이 위험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며 시장참여자들의 냉철함을 요구하는 따끔한 충고도 나온다. 우리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위기극복 능력을 체득했다. 정부나 시장참여자 모두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고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 위기만을 강조하면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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