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진 새누리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항공이 호텔을 짓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 같다. 큰 부분을 들어냈기 때문에 법안 합의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승전보처럼 전했다고 한다. 대규모 기업 투자를 앞장서 막아놓고는 자화자찬을 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이런 분위기라면 도대체 어떤 기업이 사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
관광진흥법을 개정하려는 취지는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내수를 활성화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것이다. 특히 경복궁 옆 호텔 건립은 관광업을 넘어 서비스업 활성화의 상징물로 인식돼왔다. 박근혜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여당이 관련법 개정안을 추진한 것도 그만큼 관광과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해서 기업에 투자 포기를 종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호텔 신축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이 걸린 문제다. 무산될 경우 예상되는 수천억원의 손실은 그만두더라도 호텔 건립을 계기로 새 먹을거리를 창출하려는 기업 비전마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제 활성화법인 관광진흥법의 조속한 국회 처리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기업 투자의 팔목을 비틀면서까지 법을 통과시킨다면 득보다 실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 관료와 국회의원들은 더 이상 관광대국, 경제 활성화 등을 입에 올리지 않기 바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