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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살인사건 통해본 사회모순

'미궁에 빠진 조선' / 유승희 지음, 글항아리 펴냄<br>'누가 그들을 죽였는가' / 한규라 지음, 책이있는마을 펴냄



여전히 전국민의 가슴 한켠을 애끓게 하고 있는 안양 초등학생 우예슬ㆍ이혜진 양의 죽음은 아동 성폭력과 어린이 보호 의식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렸다.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 왜곡된 어른의 시선. 사건을 보면 시대상이 보인다. ‘미궁에 빠진 조선’의 저자는 “범죄는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을 드러내면서 구성원간의 갈등과 이에 대한 사회 통제, 상호 관계를 규명함으로써 당시 생활을 복원할 수 있다“는 의도로 ‘범죄를 통한 역사읽기’에 돌입한다. 1760~1910년까지 국정전반의 범죄를 기록한 ‘일성록’(국보 제153호)을 토대로 사회적 반향이 큰 살인 범죄만을 골라 담았다. 국부를 베인 여성 변사체, 남편의 죽음에 대한 복수 살인, 재산다툼과 어린이 유괴에서 유흥문화까지 14개의 사건들이 마치 ‘조선판 CSI수사대’처럼 치밀하면서도 냉철하게 펼쳐진다. 사건들은 사회적 갈등과 시대적 모순을 웅변한다. 반면 너무나 유명한 사람의 억울한 비명횡사는, 소리없이 세상을 등진 민초의 죽음과는 또 다른 관점에서 안타깝다. ‘누가 그들을 죽였는가’는 고정관념이 되어버린 역사에 대한 오해를 따지고 드는데, 특히 기득권에 맞서고 타협하지 않은 인물들의 억울한 죽음에 초점을 맞춘다. 조선시대 정조는 개혁적인 성군이었으나 노론 벽파의 반대를 결국 넘지 못하고 독살로 ‘추정되는’ 참담한 죽음을 맞았다. 그의 부친 사도세자는 정치적 희생양으로 뒤주에서 눈 감은 것으로 유명하다. 모사가로 낙인 찍힌 원균, 폭군으로 전락한 궁예, 독재자로 평가된 연개소문 등은 훗날 권력을 잡은 세력이 그들의 공로와 업적마저 죽여버렸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누가 진짜 살인자인가. 지목된 범죄자 뿐만 아니라 사회상과 시대 그 자체일 수도 있다고 두 책은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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