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생각을 하면 아직은 두렵다. 죽으면 우리들의 사랑이나 열정도 모두 소멸하는 것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삶은 살아있는 동안 만의 삶일 뿐이다. 죽어서 소멸하는 사랑과 열정이 어째서 살아 있는 동안의 삶을 들볶아 대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 사랑과 열정으로 더불어 하루가 무사할 수 있다는 것은 복 받은 일이다. '자전거 레이서'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소설가 김훈이 올해 예순을 맞았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 역사 소설로 화제를 일으켰던 그가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면서 가슴 속에만 묶어뒀던 내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5년 만에 내는 에세이다. 저자는 힘겨웠던 유년시절, 역사를 기록하는 기자로서의 치열했던 삶, 딸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작은 행복 등을 고요히 말한다. 탐미주의자, 허무주의자 등 그간의 장편소설을 통해 얻은 '김훈적'인 관념적 글쓰기 대신 이번 에세이에는 가족과 삶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진다. 짧은 에세이를 모은 책은 1948년 건국 60년의 대한민국을 관통해 온 한 남자의 고백이자 아버지로 아들로 그리고 소설가로 살아온 그간의 삶이, 짧지만 묵직한 글 속에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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