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의 파격 금리는 연말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수신기반을 확충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적 고려에서 비롯됐다. 강만수 회장이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한다. 시중은행은 이를 두고 역마진을 내는 덤핑금리라며 IPO를 앞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고 수군대는 모양이다. 국책은행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질서를 파괴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이런저런 주장은 어깃장에 지나지 않는다. 금융 선진국의 경우 시중은행 보통예금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와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인다. 영국의 간판 시중은행인 HSBC의 보통예금 금리는 최대 0.5%로 기준금리와 거의 같고 호주 ANZ은행은 3.0%로 3.5%인 기준금리와 큰 차이가 없다. 산은채를 발행하는 산은이 시중은행보다 자금조달 비용이 덜 들지만 이를 소비자 편익증대에 활용한다는 것을 시빗거리로 삼는 것은 금리경쟁이 싫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시중은행의 보통예금 금리 수준은 정상이 아니다. 시중은행들은 2004년 보통예금과 같은 요구불예금의 금리 자유화 조치 이후 거의 20년간 제로 수준의 금리를 유지해왔다. 보통예금이 예치기간의 불안정성으로 계좌관리 비용이 더 들고 자산운용상 제약이 크다손 치더라도 이는 소비자를 봉으로 아는 배짱장사에 다름이 아니다.
결국 산은의 금리정책은 질서파괴가 아니라 금리정상화 과정으로 봐야 한다. 기존의 금리수준이 잘못됐다. 금융당국과 시중은행들은 보통예금의 금리 정상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산업은행으로서는 최근의 금리정책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고 영속적인 것임을 보여줘야 할 책임과 부담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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