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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서울시의 이중잣대

"공무원하고 안 친하면 사업 못해요."

최근 기자가 만난 한 시행사 대표는 회사 연고지 외의 타 시도에 진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빌딩이나 아파트 등 큰 건물을 짓다 보면 수없이 사업 변경이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시ㆍ군ㆍ구청 등 관공서 담당 공무원을 알지 못하면 '원활한' 사업 진행이 힘들다는 설명이다.

'남의 돈으로 사업하는' 특성 탓에 건설업은 말 그대로 '시간이 돈'이다. 작은 구조변경이나 허가 사안에 대해서도 한두 달의 서류 검토기간 때문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으로 이자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특히 지역 정치 지형도가 바뀌거나 지역 경제가 급격히 얼어붙으면 일개 건설사 수준에서는 사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기 쉽다. 사업 과정에서 '뇌물' 또는 '급행료'의 유혹이 생기는 원인이기도 하다.

지난해 초 무상급식 찬반 투표는 재선에 성공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이어졌다. 그리고 박원순 시장의 당선으로 서울시 정책도 급격히 핸들을 틀었다. 가뜩이나 미국발 금융 위기로 침체된 서울 지역 부동산 시장은 더 얼어붙었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가 법이나 조례 어디에도 없는 '기존 소형의 50% 재건축'이라는 잣대를 들고 나와 시장은 급랭했다. 시 조례는 재건축 시 20% 이상의 소형 비율을 규정할 뿐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항의했지만 막강한 인허가 기관의 힘은 재건축 시 30% 이상 소형 비율을 사실상 강제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새로운 원칙을 만든 셈이다.

최근 사업성에 문제를 드러내면서 133층에서 70층으로 사업 변경을 신청한 '상암DMC'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시가 기존 원칙만을 고수하며 당장 다음달 1일부터 착공에 들어가지 않을 경우 매일 1억원의 벌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가 주택 정책은 원칙도 없이 송두리째 뒤엎으면서 얼어붙은 건설 경기는 전혀 정책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공무원과 안 친하면 사업 못한다는 말이 부동산 업계를 맴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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