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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그 많던 상인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십여 년 전만 해도 당시 동대문ㆍ남대문 새벽 시장은 물품을 도매가로 구입해 지방으로 내려가는 버스들로 불야성을 이뤘다. 하지만 현재 도매시장 앞에 멈춰 선 버스는 해외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 정도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던 초고층 패션몰도 입점 상인들이 빠져나가면서 흉물화된 지 오래다. 이 많던 상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지난 1999년 46조원에 달하던 전통시장의 매출액은 10여 년 새 절반으로 줄었고 당시 7조원이던 대형마트 매출액은 현재 다섯 배 이상 뛰었다. 마트 위주로 상권이 재편되면서 기존 골목상권이 붕괴돼 동네 옷집이나 신발가게 등은 속속 사라졌다. 대신 이들은 인터넷몰과 마트 내 입점 패션업체로 양분돼갔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좋건 싫건 지역상권의 핵심이 된 대형마트 1개 점포 내에는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백여 개에 달하는 패션 브랜드 매장, 식당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와 중소업체가 입점해 있다. 마트의 의무 휴무 조치는 이들 영세상인과 중소 업체에도 휴업을 강요하는 셈이 된다.



농협 하나로마트는 '농산품 매출 51% 이상' 취급 조건으로 영업규제의 예외 대상이 됐지만 알고 보면 하나로마트 매장의 약 30%가 '농산물 판매 비중 10% 이하'(2010년 국정감사 자료)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니 유통산업발전법이 도대체 누가, 무엇을, 어떻게 팔고 있는가에 대한 조사에 기반해 합리적으로 발의된 법안인지 의문을 지우기 힘들다.

지난주 법원의 판결에 따라 서울 송파구ㆍ강동구에서 의무 휴업에서 배제된 매장이 등장했지만 정치권은 유통업에 대한 규제 강화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다. 소비 진작과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백화점 수수료 인하 조치가 전 국민에게 '웃돈 30%'를 공식적으로 널리 알리며 백화점 외면 현상을 부추긴 아이러니를 보더라도 정부 정책은 발의에 앞서 수많은 변수를 고려, 또 고려해야 한다. 충분한 연구 없이 대중 정서에만 호소하는 정책은 '포퓰리즘'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올해 말 대선에서는 유권자들이 이 같은 혜안을 가진 차기 정부를 뽑을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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