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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앱도 쓰면 노출 후순위”…전월세 중개 앱 ‘직방’ 차별정책 논란
전·월세 중개 앱 시장점유율 1위인 ‘직방’이 이달부터 자사 앱만 쓰는 공인중개사의 물건을 우선 노출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비용을 내고도 서비스는 차별받는 것에 반발한 일부 중개사들이 공인중개협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을 넣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다른 회사와 거래한다고 불이익을 주는 정책은 앱 관련 업계를 통틀어 처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직방 측은 매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10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전·월세 중개 앱 직방이 지난 1일부터 시행한 ‘조회 순서 변경’ 정책에 대해 일부 중개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 정책은 직방만 사용하는 공인중개사의 물건을 ‘직방 전용방’이라는 카테고리에 포함시켜 우선 노출하는 것이다. 다른 앱도 함께 사용하는 중개사의 물건은 ‘일반 방’ 카테고리로 분류돼 ‘직방 전용방’이 끝나는 지점부터 표시된다. 예컨대 한 지역의 방이 100개인데 90개가 ‘직방 전용방’이면 이들 목록을 다 지나친 후에 일반 방 10개가 나오는 식이다.
일부 중개사들은 이 정책에 차별의 여지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다른 앱을 이용한다는 이유로 같은 이용료를 내고도 광고 효과와 직결되는 노출 순서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반 방’으로 분류된 중개사는 벌써 광고 효과가 줄었다고 주장한다. 서울 관악구의 한 중개사는 “이달 들어 일반 방으로 분류되면서 직방을 통해 전화 오는 횟수가 확실히 줄었다”며 “당분간은 다른 앱을 함께 쓰면서 효과를 지켜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직방 측은 소비자 편익을 고려해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여러 전·월세 앱에 물건을 올리는 중개사들은 관리해야 하는 매물이 수백 개에 달해 정보의 충실도와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자사 앱만 쓰는 중개사들은 물건 관리가 뛰어났기 때문에 이에 맞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직방을 운영하는 채널브리즈의 안성우 대표는 “오랜 기간 모니터링한 결과를 두고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라며 “실제로 이달 들어 물건 정보들이 더욱 충실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 중개사들은 이 정책에 ‘차별적 취급’의 문제가 있다며 공정위에 민원을 넣었으며 공정위는 정책의 불공정 여부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몇몇 중개사들은 공인중개사협회에도 조치와 대책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업체를 이용한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주는 정책은 관련 업계를 통틀어 처음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쟁이 치열했던 소셜커머스나 배달앱 업계에서도 다른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차등을 두는 경우는 없었다는 것. 모바일 벤처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자기 업체와만 독점 계약을 하도록 권유하는 일은 있었지만 타사 서비스 이용 여부로 혜택에 차등을 둔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정책이 다른 중개 앱을 운영하는 업체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시장점유율이 80~90%에 달하는 직방이 자사 앱만을 사용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다방’ ‘방콜’ ‘두껍아두껍아’ 같은 다른 앱들을 고사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몇몇 중개사는 다른 앱 업체에 탈퇴를 신청하고 환불을 받았으며 탈퇴하지 않은 중개사들도 물건을 다른 앱에서 내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전·월세 중개 앱이란 전·월세 물건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앱으로 중개사나 일반인이 올린 전·월세 물건을 검색하기 쉽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직방·다방·두껍아두껍아 등 다수의 스타트업이 경쟁하다가 최근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말 부동산114가 ‘방콜’을 출시한데 이어 최근에는 부동산써브의 그룹사인 미디어윌이 ‘다방’을 인수해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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