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업체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한다.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력확보 경쟁이 치열한 일본 대기업들이 최근 인력이탈을 막기 위한 다양한 근무체계를 선보이고 있어 앞으로 이 같은 탄력적 근무제도 도입 바람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패스트리테일링이 오는 10월부터 전국 약 840개 유니클로 매장에서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한다고 보도했다. 이 제도는 우선 전근 없이 근무하는 유니클로의 지역 정규직 1만명을 대상으로 본인이 원할 경우 택하도록 했다. 이는 일본 내 전 종업원 중 약 5분의1에 해당한다.
주4일 근무제는 기존 주5일 근무제하에서 하루 8시간인 근무시간을 10시간으로 늘리기 때문에 급여차이는 없다. 일본의 노동기준법은 근무시간을 주5일제를 기준으로 40시간, 하루 8시간 이내로 규제하고 있지만 기업이 '변형근로시간제' 도입을 노동당국에 신고하면 하루 10시간, 주4일 근무도 가능하다. 서비스업 특성에 맞게 매장이 붐비는 주말에 출근하면 평일에 쉴 수 있도록 요일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패스트리테일링 측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관리업무는 복잡해지지만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사측은 직원들이 휴일을 이용해 자기계발에 몰두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등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어 직원들의 충성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직자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유니클로의 글로벌 시장 공략 가속화로 노동강도가 높아진 지난 2009년 패스트리테일링에 입사한 신입사원 중 50%는 3년 이내에 퇴사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최근 일본 기업들이 인력이탈을 막기 위해 근무체계를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종합무역상사인 이토추상사와 자동차 및 부품제조사 덴소는 야간 잔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새벽 근무를 장려하고 있다. 구직정보업체 리크루트홀딩스는 10월부터 무제한 재택근무제도를 시작할 예정이다. 통신업체 KDDI는 직원들에게 강제적으로 퇴근 후 출근까지 최소 11시간의 휴식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제한된 시간 동안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3년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회원 34개국 중 20위에 그치고 있다. 주요7개국(G7) 중에서는 가장 낮았다. 특히 일본의 소매업과 서비스업은 제조업보다 노동생산성 개선이 상대적으로 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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