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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분쟁 지방 대도시로 번지나

부산의 대규모 재건축아파트인 해운대 AID주공아파트가 미분양 책임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완공을 한달여 앞둔 채 공사가 중단돼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시공사 측은 공사비 미지급을 이유로 유치권 행사에 나선 상태여서 자칫 가구당 1억3,000만원에 달하는 '추가 분담금 폭탄'으로 1년여 동안 사업이 중단된 부천 약대주공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지난해부터 부산 지역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한 점을 고려하면 자칫 수도권 일대 재개발·재건축 대란이 지방 대도시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소재 AID주공 재건축사업의 시공사인 현대건설·두산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10월 말 공사 중인 아파트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일반분양분의 90%가 미분양 상태여서 할인분양을 조합 측에 요청했지만 협조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며 "공사비 지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입주를 허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책임 둘러싸고 갈등 커져=이 아파트는 2011년 조합원분을 제외한 534가구를 일반 분양했지만 아직 50~60평형대의 중대형 489가구가 미분양 상태다. 이 때문에 시공사 측은 7,60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 가운데 4,700억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확정지분제로 사업이 추진됐기 때문에 미분양 책임이 시공사에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확정지분제란 시공사가 조합원에게 신축 아파트의 일정 비율을 무상 제공하고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대물변제' 형식으로 사업손실까지 떠안는 사업방식이다. 반면 도급제는 시공사가 단순 공사비만을 챙겨가는 구조다.

이 아파트의 김동수 재건축조합 총무이사는 "입찰공고나 시공사가 제출한 사업제안서에도 확정지분제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나와 있다"며 "행여 시공사가 유치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고 해도 미분양아파트에만 유치권을 행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조합원, 대규모 분담금 폭탄 맞나=업계는 부산에서도 요지로 꼽히는 대단지 아파트가 완공을 목전에 두고 공사를 멈춘 게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특히 공정률 91%에서 사업이 1년여 동안 멈춰 있는 부천 약대주공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부천 약대주공은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사업방식을 변경한 뒤 가구당 1억 3,000만여원에 달하는 추가 분담금이 나오면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비화했다. 이후 새로 꾸려진 조합 집행부가 시공사를 상대로 '공사도급 변경계약 무효확인 소송'을 냈지만 지난달 29일 법원은 시공사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다.

해운대 AID주공도 할인분양을 할 경우 조합원들의 추가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는 만큼 자칫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산 정비사업 불황 "이제 시작?"=일각에서는 지난해부터 부산 지역 집값이 하락세로 반전한 만큼 앞으로 비슷한 사업지들이 잇따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1년 14.8%에 달하던 부산 지역 집값 변동률은 지난해 -1.14%의 마이너스 변동률로 돌아섰다.

정비업계의 한 전문가는 "시공사가 정비사업을 수주할 때 지분제와 도급제의 표준계약 양식을 뒤섞어 쓰기 때문에 무상지분율 등이 명시돼 있더라도 실제로는 조합이 분양의 책임을 지는 계약이 대부분"이라며 "경기가 불황에 접어들면 정비사업의 갈등은 첨예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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