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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훈풍에 자고나면 엔화 뚝 뚝… 와타나베부인까지 달러 사재기

■ 엔저 순풍 탄 일본경제

美 고용지표 호조 이어 소매판매까지 되살아나

13년 만에 최저치 불구 저항선 없는 추락 거듭

"연내 130엔대 갈수도"


엔저에 좀처럼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고 있다. 8일 엔화 가치는 달러당 125엔을 돌파하며 13년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미국 고용지표의 호조로 달러 강세가 심화한 데 따른 것으로 이번주 엔·달러 환율이 128엔대 초반까지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여기에 달러 매도를 이어가던 일본의 개인 외환선물 투자자(속칭 와타나베 부인)들도 달러 매수로 방향을 튼 것으로 나타나면서 엔화 추가 약세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엔화 환율은 도쿄외환시장에서 장중 달러당 125.65엔을 나타내며 지난 2002년 4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엔화 가치 최저)을 기록했다. 5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5월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엔화 약세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5월 미국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 수는 28만개로 지난해 1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시장 전망치인 22만6,000개도 크게 뛰어넘었다. 미국의 5월 시간당 평균 근로소득 역시 한 달 전보다 8센트(0.32%) 오른 24.96달러를 기록, 올 들어 가장 높은 시간당 임금상승폭을 보였으며 5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1·4분기 미국 경제 부진이 일시적이었다는 것을 강하게 뒷받침한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여기에 오는 11일 발표되는 미국의 5월 소매판매지표도 호조세를 보인다면 엔저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의 노동시장 개선에 이어 개인소비도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엔화 가치가 달러당 130엔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올 4·4분기에 엔화 가치가 달러당 132엔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고 스웨덴의 노르데아은행도 달러당 엔화 가치가 130엔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관계자들도 엔저 흐름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오 고스케 HSBC홀딩스 외환총괄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강조하는 고용의 질이 향상돼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9월에 연준의 금리인상이 이뤄진다고 가정한다면 그달 말 엔화 가치가 달러당 130엔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도시마 이쓰오 전 세계금위원회(WGC) 일본대표도 이날 니혼게이자이 기고를 통해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질수록 달러 매수세는 가속화할 것"이라며 "엔 매도의 파도는 2~3개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125엔대에서 새로운 달러 매수, 엔 매도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며 "125엔부터 130엔대까지는 저항선 없는 '진공지대'라는 얘기도 들려온다"고 전했다.

특히 외환시장에서 헤지펀드 등 해외 투기세력과 치열한 공방을 벌여온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이 드디어 백기를 들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엔화 추가 약세 전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대량으로 달러를 매도하며 해외 투기세력과 맞서온 와타나베 부인들이 최근 달러 매수로 돌아섰다는 데이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4개 대형 외환선물(FX) 중개업체를 조사한 결과 엔·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25엔대로 올랐던 2일을 기점으로 와타나베 부인들이 달러 매수 우위 상태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3일 달러 순매수는 3억달러(약 3,372억원) 정도였다. 이들이 1주일 전만 해도 약 11억달러 정도의 달러 순매도 상태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14억달러를 재매수한 것으로 계산된다. 이는 와타나베 부인들이 기존의 '달러 매도-엔 매수' 포지션을 정리했거나 달러의 추가 강세를 예상하고 신규 매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4개 업체의 데이터이기는 하지만 시장 전반의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와타나베 부인들의 달러 매수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에서 와타나베 부인들의 동향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이들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도쿄외환시장 거래량에서 와타나베 부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이상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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