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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피운 배우자는 이혼 청구 못해"

대법, 유책주의 원칙 재확인… 대법관 7명 '찬성' 6명 '반대' 팽팽


바람을 피우는 등 결혼생활을 망친 배우자는 이혼소송을 낼 수 없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개인의 행복 추구권보다 여성 배우자와 가족제도를 보호하는 것이 더욱 가치 있다고 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5일 김모씨가 낸 이혼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이혼을 불허했던 원심의 판결은 정당하다며 김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할 경우 이를 인정할지였다. 지금까지는 결혼을 파탄으로 이끈 배우자는 이혼소송을 낼 수 없다는 '유책주의'가 국내 이혼소송의 원칙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 결혼생활이 사실상 깨졌다면 책임 여부를 떠나 누구든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파탄주의' 도입을 주장했다.

대법원은 파탄주의의 부작용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우리나라는 아직 파탄주의의 한계나 기준, 이혼 후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책임 등에 관해 아무런 법률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며 "유책 배우자의 행복을 위해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가 될 위험이 크다"고 봤다. 대법원은 또 "우리나라에서는 간통죄가 폐지된 후 중혼에 대한 형벌적 기능이 없다"며 "파탄주의만 도입하면 결과적으로 중혼을 인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다만 이번 판결은 13명의 대법관 중 7명이 찬성하고 6명이 반대해 전원합의체 내부에서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민일영·김용덕·고영한·김창석·김신·김소영 대법관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 측 대법관들은 이미 깨진 혼인관계라면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대법원은 논의가 팽팽했던 만큼 이번 판결에서 바람 피운 배우자가 이혼을 낼 수 있는 예외사유를 다소 넓혔다. 기존에도 서로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을 경우 유책 배우자의 이혼소송을 허락했지만 앞으로는 바람 피운 배우자가 잘못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이나 자녀를 보호하고 배려한 경우에도 이혼소송을 낼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이 이혼소송에서 유책주의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앞으로 주요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없는 이상 상당 기간 같은 쟁점의 사건이 대법원에서 논의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전원합의체 판결 후 동일한 쟁점에 대해 다시 전원합의체로 판결을 변경한 가장 빠른 기간이 13년이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혼의 자유를 보장할 필요도 있지만 혼인과 가족의 가치를 더 중시해야 하고 사회적으로 열악한 여성 배우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이혼율 증가를 막고 가족제도를 보호하는 취지를 구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내연녀와 자녀를 낳은 후 동거하면서 15년간 아내와 떨어져 지내다가 이혼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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