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이종태 기자가 사회를 보고 장하준 교수와 정승일 박사가 대담하는 방식으로 복지국가 구축의 방법론을 강조한다. 지난 2005년 출간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2012년판이라 할 수 있다.
7년 전 노무현 정부를 명백히 신자유주의로 규정하고 주주 자본주의의 폐해와 국제투기자본을 위시한 금융자본의 문제점을 강력하게 경고했던 이들의 혜안은 이후 하나씩 입증됐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은 양극화와 경기침체를 심화시켜 결국 원조 신자유주의인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배경이 됐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실물경제를 꼬리로 전락시키고 금융이 몸통 노릇을 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의 한계와 문제점을 명백하게 드러냈다.
장 교수는 자유주의는 근본적으로 시장주의라고 단언한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초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기승을 부렸을 때 국내 시장개혁론자들과 경제민주화론자들이 '물가 억제를 위해 금리를 올리고 원화 가치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일이다. 장 교수는 금리 인상이나 재정긴축은 금융자산가에게나 좋은 일이고 그게 바로 시장주의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금융자본을 통제하고 주주 자본주의를 시정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전체 7장 가운데 두 장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재벌 문제를 다루는 데 할애하고 있다. 저자들은 경제민주화론자들이 박정희 체제를 관치와 재벌의 문제점을 공격하는 근거로 사용하는데 이는 오히려 현실 인식을 왜곡시킨다고 말한다. 재벌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이 삼성전자 대 애플, 이건희 대 스티브 잡스, 갤럭시 대 아이폰이라는 구도를 만들고 전자는 나쁜 재벌이고 후자는 진정한 혁신의 상징이라는 편견을 심어놓는다는 것. 저자는 "애플 또한 아이폰을 제조하는 대만ㆍ중국계 하청기업에 대한 임금 착취로 원성을 사고 있으며 혁신능력이 떨어진다는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기술특허가 많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저자들은 철 지난 좌우파 자유주의가 한국 경제의 대안일 수 없다고 단언한다. 당면한 경제 문제의 해결책은 복지국가에 대한 강고한 지향에서 나오며 복지는 시혜나 2차 분배가 아니라 그 자체로 생산과 분배의 선순환 시스템이라고 역설한다. 특히 생산적 복지, 보편적 복지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며 구체적 숫자를 제시하는 등 깊은 통찰력과 구체적인 설득력을 보여준다. 1만4,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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