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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2월 13일] 軍 '안보의 벽'에 숨지 말아야

사상 유례없는 북한군의 남한 영토 포격 도발 이후 전국민이 전쟁의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다시 인식하고 있다. 특히 군 당국은 여론으로부터 북한의 공격 징후를 포착하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또 최근에는 우리 군 장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 중 국산 K계열 무기의 허점을 지적하는 이가 많다. 포격 당시 K-9 자주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점과 대포병레이더가 1차 포격 원점을 파악하지 못한 점에 더해 K-21 장갑차는 훈련 중 잇따라 사고를 일으켰고 K-11 소총은 절반이 불량품으로 드러났다. K-1 전차 역시 부실정비로 포신이 찢어진 사례가 발생했으며 신형 미사일 고속함은 고속 항해시 직진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들어 일부 함정은 사고로 침몰했고 전투기도 여러 차례 추락했다. 부실 정비에 따른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국회 보고서도 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방산 전문가들은 '방위 산업의 폐쇄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무기 개발과 제작 등의 운영이 분단 국가의 안보라는 현실 아래 견제와 감시의 틀에서 오랫동안 벗어나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새해 예산안을 보면 군 당국은 2,600억원을 들여 서해 5도에 대대적인 전력증강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서해교전 등과 같은 수 차례 북한의 도발이 있었을 때마다 군 예산은 의례히 늘어났다. 이제 국민적 의혹의 시선은 대한민국 군대의 전체적인 전력에 맞춰지고 있다. 군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자에게 "북한의 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장병들의 사기가 꺾이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후 연일 군의 대응태세를 꼬집는 언론 보도 태도에 장병들의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기 충천한 장병들의 손에 '허점투성이' 무기를 수백개 들려줘야 아무 소용없다는 것은 모두다 알 것이다. 군의 사기를 꺾는 것은 국민과 언론의 태도가 아니라 군 스스로의 잘못된 관행과 습성이라는 지적에 군 당국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차제에 군은 안보라는 벽 뒤에 더 이상 숨어 있지 말고 제 살을 도려내는 듯한 근본적인 개혁으로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고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길을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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