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신용경색의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인들의 필수품인 스마트폰 ‘블랙베리’가 시장 변동을 파악하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고 12일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세계 증시가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 위기가 증폭되자 8월 현재 대부분 여름휴가를 떠난 금융인들이 블랙베리를 이용해 실시간 사태파악에 나서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3,000억달러에 가까운 긴급 유동성을 투입하자 해변가에서 피서를 즐기고 있던 각국의 금융인들과 런던ㆍ뉴욕 등 본사 사이에 e메일 전송이 폭주했다. 이는 정보통신기기의 발전이 전 세계 금융쇼크에 물리적으로 대응하지 않고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신문은 이에 따라 “블랙베리 폰이 투자은행가 등 금융인들에게 시시각각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위기와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나 영국 금융가는 통상 8월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평상시와 달리 근무직원의 거의 절반이나 3분의1 정도가 휴가를 떠나고 있다. 블랙베리는 휴대폰에 PC기능을 결합한 스마트폰의 대표적인 단말기로 편리한 휴대기능과 e메일 전송 및 확인이 가능해 최근 몇 년간 월가 금융인들 사이에 필수 액세서리로 자리잡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블랙베리와 같은 다목적 휴대기기가 없었다면 아마도 전세계 금융인들의 대부분이 여름휴가를 반납하거나 네트워크상으로 이 같이 다급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금융시장 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프랑스의 BNP파리바은행에서 제1시장을 총괄하는 마틴 이건 사장은 “사태가 터졌을 때 난 두바이에 있었다”며 “내 블랙베리를 항시 켜놓고 상황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도이체방크의 짐 리드 신용분석전략가도 “블랙베리가 없었다면 모두 휴가에서 돌아와야 했을 것”이라며 “블랙베리를 통해 (피서지에서 일하는 것은) 10~15년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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