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에 수입된 유모차가 백화점에서 100만원에 판매된다. 수입업자 마진 12만원, 애프터서비스 비용 7만원, 물류 비용 5만원, 판촉지원 비용 7만원, 공급자 마진 14만원, 유통업체(백화점) 마진 30만원이 붙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중간마진이 높게 붙는 이유는 브랜드별로 수입 유통채널이 독점이기 때문이다. 업체 간 경쟁을 통해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어서 그야말로 임자 마음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 소비자들의 과도한 명품 소유욕에 있다고 본다. 가격을 불문하고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충성스러운 소비자들은 명품 업체들에 봉이다. 얼마 전 샤넬 핸드백이 가격인상을 예고하자 오르기 전에 미리 사자는 주문이 몰려 제품이 순식간에 동난 적이 있다. 사재기를 유도하는 전형적인 마케팅 전술이지만 소비자들은 비싼 백 건졌다고 너무 뿌듯해한다. 백화점 마진이 과도한 것도 결국 명품 수요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외국에 비해 턱없이 높은 명품 시판가격은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무색하게 만들어버린다. 유럽연합(EU)과 FTA가 체결돼 무관세가 됐음에도 유럽 브랜드 명품 가격은 떨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오른다. 관세인하 혜택이 명품 업체, 수입 유통 업체의 배만 불리는 셈이다. 또 심화하는 빈부 양극화 속에 명품붐은 사회적 위화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불필요하게 우리 세계와 너희 세계를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공정위는 해외 명품 유통구조에 대한 전면 실태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본사의 가격정책부터 수입ㆍ유통과정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은 국내 소비자들의 맹목적인 명품 집착이다. 이제 각자의 분수에 맞게 이뤄지는 소비문화가 확산될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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