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열·풍력·지열 총망라 '그린홈' 전쟁<br>고유가 시대속 관심 더 높아져<br>단지내서 에너지 모두 해결 등<br>관리비 줄이는 주택 건설 사활
| 건설업체들은 태양열을 비롯해 풍력·지열까지 활용,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주택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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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용산구 신계동에 위치한 '용산e 편한세상'. 지하 주차장에 자동차가 들어서자 주변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저절로 켜진다. LED조명은 모두 1,700개. 곳곳에 설치된 130개의 동작감지 센서로 입주자와 차량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커졌다가 어두워진다. 종전의 형광등 조명에 비해 전기를 최소 30%이상 덜 쓴다는 게 시공사인 대림산업의 설명. 867가구의 이 아파트에서만 연간 총 75톤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
건설업체들이 저 에너지 주택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아파트 선택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소비자들이 단순한 가격ㆍ입지 여건, 브랜드를 넘어 건강 주택(친환경 소재를 사용), 저 에너지 주택인지까지 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의 고유가는 저 에너지 주택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됐다. 남들보다 앞서 기술 개발로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건설사들의 '그린홈'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대림산업은'스마트 에코'를 모토로, 2012년까지 '3리터 하우스'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3리터 하우스란 1㎡당 난방비를 연간 3리터(등유기준, 기존 아파트는 17리터)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림산업은 박사급 인력과 사업본부 내 전략TF인원 등 30여 명을 투입해 관련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이미 표준 주택 대비 냉난방 에너지는 50%, 난방ㆍ급탕ㆍ조명ㆍ전열 에너지는 25%까지 절감할 수 있는 '스마트에코' e편한세상을 상용화했다.
대우건설은 2020년까지 친환경ㆍ신재생 에너지로 활용, 단지 내부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제로 에너지 하우스'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전략화한 것이 '그린 프리미엄(Green Premium)'이다. 대우건설은 이미 종전 대비 30%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한 푸르지오를 상용화했으며 올해에는 에너지 절감율 50%, 2014년 70%, 2020년 100%를 달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태양광 블라인드 창호, 바이오가스 발전시스템, 태양광 집채광, 실시간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 등 첨단기술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해 가고 있다.
GS건설이 내건 모토는 '그린 스마트자이'이다. 그린 스마트자이는 태양열, 풍력,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는 친환경 주택기술을 총 망라해 에너지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 그린스마트 자이는 궁극적으로는 '쓰리-제로 하우스'를 추구한다. 쓰리-제로 하우스는 ▦에너지 제로 ▦유해물질 제로 ▦소음 제로를 의미한다. GS건설은 경기 용인의 연구소에 '마이크로 그리드' 실증단지를 구축했다. 마이크로 그리드는 정부가 추진중인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의 축소판. 이 곳에서는 냉난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고 남는 에너지는 국가에 판매, 에너지 총 사용량 제로를 실현했다.
'그린 투모로우'를 모토로 내세운 삼성물산은 지난 2009년 경기도 용인에 파일럿 주택을 만들었다. 그린 투모로우는 건물 효율화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큰 폭으로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등을 통해 사용량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그린투모로우 파일럿 주택엔 첨단 기술 68가지가 총 동원됐다. 또 건물의 최적화 배치, 고성능 단열, 벽체나 창호 등을 통해 에너지 사용을 크게 낮췄고 효율이 높은 기계 및 전기 설비를 써 기존 주택 대비 약 56%의 에너지 사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건설됐다.
한화건설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기술 제휴를 통해 기존 주택 대비 85% 이상 에너지 절감이 가능한 친환경 미래주택기술 '제로에너지 솔라 하우스'기술을 확보했다. 현재 단독 주택수준에서 적용 가능한 친환경 기술을 아파트로 확대, 오는 2015년까지 100% 에너지 절감이 가능한 설계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한화건설의 목표. 한화건설은 현재 옥상에 태양광 설비 등을 설치해 에너지 사용을 20%줄인 아파트를 선보이고 있다.
건설업체들의 저 에너지 주택 개발 경쟁은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와 맞물리면서 아파트에 대한 선택기준 자체를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규정 부동산 114 본부장은 "자동차를 고를 때 연비가 높은 차종이 인기가 높은 것처럼 앞으로는 브랜드 못지 않게 에너지 소모량을 줄여 관리비를 적게 내는 아파트를 소비자들이 더욱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30년까지 건축물 에너지 20% 절약"
서울시, 에너지소비 총량제 도입 등 나서
서울시는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량을 2011년 대비 20% 절감한다는 게 서울시의 목표. 이를 위해 '건축물 에너지소비 총량제' 도입과 건축물 인ㆍ허가 제도 개선, 에너지 소비량 예측 프로그램 개발 보급을 통한 저에너지 주택 보급을 활성화 할 계획이다.
건축물 에너지소비 총량제는 1년 동안 건축물에서 소비하는 총 에너지를 건물 면적으로 나눠 단위 면적당 에너지소비량이 기준 이하가 되도록 관리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공공건축물부터 이 제도를 시범 적용하고 있으며, 법적 근거가 만들어지는 대로 민간건축물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신규 건축물 인ㆍ허가 절차도 개선한다. 지금까지 각각 적용했던 에너지 성능지표, 에너지 효율등급, 그린디자인 건축물 설계 가이드라인을 '건축물 에너지소비 총량제'로 일원화한다.
서울시는 5년마다 에너지 소비량 총량제 기준을 낮춰, 에너지 절약을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올해 일반건축물의 ㎡당 에너지 사용량을 연간 345kWh, 공동주택은 215㎾h를 적용하고 2015년엔 일반건축물은 연간 300㎾h, 공동주택은 연간 190㎾h 이하로 기준을 강화한다. 2030년에 일반건축물은 연간 195㎾h, 공동주택은 연간 145㎾h까지 강화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또 에너지 사용량 쉽게 계산할 수 있는 '에너지소비량 예측프로그램'을 개발, 설계자가 손쉽게 에너지 절약 성능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건축물 에너지소비량 예측 프로그램'은 건축물 주요 설계 요소에 해당하는 40여 개 데이터를 입력하면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을 산출해 주도록 만들어져,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토부 등 관련 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법 개정에도 나설 방침이다. 정남기 서울시 건축설비팀장은 "건축물 대장에 에너지 소비량을 기록하도록 해 건축주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을 유도해나가겠다"면서 "이를 통해 지난 2009년 C40 세계도시 기후정상회의에서 서울시가 제시한 2030년 20% 절감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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