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경기회복을 자신하며 풀었던 돈을 거둬들여 긴축모드를 취했던 FRB가 경기부양 정책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앞으로 미국 경기전망이 그만큼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미국 경제동향은 예상보다 크게 나빠지고 있다. 1ㆍ4분기 성장률은 당초 3.2%로 예상됐으나 이후 3.0%로 낮아졌고 최종 확정치는 2.7%에 그쳤다. 2ㆍ4분기 역시 2.4%로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월가에서는 앞으로 경기둔화 양상이 계속될 경우 올해 말께 강도 높은 양적 완화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경제의 둔화는 곧 세계경제의 회복지연으로 이어지고 이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도 커다란 부담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현재의 경제상황은 불확실하다"며 "남북문제를 비롯해 의외로 주요국의 경기둔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가 상반기 중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도는 7.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향후 상황은 낙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 하반기 들어 주요 경기지표들이 둔화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물가불안에다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 가능성, 중국의 경기둔화 등 불안요인이 겹치고 있다. 1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상황에 맞춰 금리수준을 정상화해나가야 하지만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경기 움직임에 따라 그때그때 필요한 정책을 적절히 구사하는 FRB의 유연한 자세를 눈여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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