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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대는 도시개발사업… 제도 실효성 도마에

민간사업자에 토지수용권 허용<br>재산권 침해 갈등 끊이지 않아<br>용산국제업무지구·루원시티 등 잇단 대규모 사업 좌초 위기

부동산경기 침체로 민간이 강제수용권을 갖도록 한 도시개발사업이 사업자와 주민 마찰 등으로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도시개발법으로 추진됐지만 주민 반대와 수익성 악화로 사업이 좌초 위기에 몰린 서부이촌동 일대 전경. /서울경제DB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이 잇따라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 불리는 용산국제업무개발사업이 서부이촌동을 둘러싼 갈등으로 표류하는 것은 물론 인천 루원시티 등 대표적인 도시개발사업들이 휘청거리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현행 도시개발사업의 근거법인 '도시개발법'이 민간사업자에 개인의 토지를 강제로 사들일 수 있는 토지수용권을 부여해 개인의 재산권 침해 문제로 사업자와 원주민 간의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0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조합이 아닌 순수 민간사업자가 진행 중인 전국 44곳의 도시개발사업지구 중에서 토지수용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41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사업자가 진행하는 거의 모든 도시개발사업이 사실상 강제 토지매입으로 진행 중인 셈이다.

도시개발법은 부동산 개발이 활황기에 접어들던 지난 2000년 민간이 도시개발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제정됐다. 강제수용 방식으로 공기업이 주도하던 택지개발이 원주민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아 수용ㆍ환지ㆍ혼용 등 다양한 형태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면서 민간에 도시개발의 문을 열어줬다. 다만 원주민들의 소위 '알박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민간사업자에게도 토지수용권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그러나 민간사업자들도 환지나 혼용 등 마찰을 줄일 수 있는 방법보다는 수용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사업 착수가 용이하고 진척 속도가 빠른데다 개발이익 역시 사업자에게만 돌아가기 때문이다.



도시개발법의 문제는 부동산경기 침체로 민간 도시개발사업이 삐걱거리기 시작하면서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서울 서부이촌동과 헌인마을, 인천시 루원시티 등이다.

서부이촌동에 거주하는 심모씨는 "수용 동의서로 먼저 강제수용을 결정하고 보상가액을 결정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2,200여가구가 밀집한 도심지역을 강제수용 방식으로 개발한다는 발상부터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인천시의 대표적 도심재생사업인 루원시티도 2008년 보상에 착수했지만 주민과의 마찰 등으로 4~9공구는 최근에야 철거를 시작하는 등 도심지 도시개발사업 상당수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도시개발법은 원주민의 재산권 보호보다는 개발에 과도하게 편중돼 있다고 지적한다. 민간기업이 원주민의 토지를 너무 쉽게 수용할 수 있게 해줬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간사업자라도 토지 면적의 3분의2, 토지 등 소유자 2분의1의 찬성을 얻으면 강제수용이 가능하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토지수용권을 민간에 부여한 것 자체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사적 소유권을 침해하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도시개발법은 공영개발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원주민이 아닌 민간기업의 개발사업을 위한 시장논리로 만들어진 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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