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한국을 첫 방문했을 때의 인상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몸담은 기업은 당시 경기도 파주에 있었는데 거기로 가는 구불구불하고 한적한 시골길은 프랑스의 내 고향 경치 같았다. 7년째 한국에서 지내면서 독특한 문화와 아름다운 경치, 가족적이고 친근한 한국인들 덕분에 좋은 추억을 많이 갖게 됐고 이를 개인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은 경영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접목하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지 10주년이 된 에실로코리아는 한국인들의 성원 덕분에 빠르게 성장해왔다. 필자는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우리가 받은 것을 한국 사회에 어떻게 환원할까 생각하다 나의 가장 관심거리인 한국과 한국 문화,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활동을 하고 싶어 '2011 장인(匠人)후원 캠페인'을 진행했다. 아름다운 한국 전통문화를 지켜나가는 장인들이 노안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한국의 안경사들과 함께 그들을 후원했다.
내년 초 열리지만 한국민 관심 부족
에실로코리아는 올해부터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오는 1월26일~2월6일)의 선수 건강 프로그램 후원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에실로인터내셔널그룹은 지난 10년간 지적 장애인들이 참여하는 스페셜올림픽을 후원해왔으며, 에실로코리아는 평창 스페셜올림픽의 공식 후원사로 활동한다. 그 일환으로 지난 2월 개최된 프레(Pre) 대회 때 안경사들과 함께 참가 선수들의 시력측정 활동을 했다. 지적 장애인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장애 자체에도 원인이 있지만 시력이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은 자신의 시력 상태를 모르고 장애로 아는 경우가 많다. 봉사활동에 나선 한국 안경사들이 그들의 손을 잡고 세심하게 체크하는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감동적이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그들이 펼치는 올림픽은 일반인의 올림픽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스페셜올림픽에 대한 한국민의 관심은 부족해 보인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적 장애인들의 올림픽이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 7년을 살면서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들을 많이 보았지만 가장 먼저, 그리고 함께 진행돼야 하는 것은 인식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한국ㆍ프랑스를 비롯해 아직도 많은 나라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국적이 다른 외국인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런 거리감은 거부감이나 사람들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전세계인의 축제라 불리는 올림픽은 이런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는 기회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알게 되고, 정정당당히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보면 어느 순간 그들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감동적인 순간은 세계의 모든 사람이 함께 느끼고 즐거워한다. 스페셜올림픽도 마찬가지다.
하나로 품는 너그러움 보여줬으면
스페셜올림픽은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공유하는, 즉 그들이 특별한 사람임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동시에 우리와 같은 사람임을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스페셜올림픽을 통해 정상에서 경쟁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일반 올림픽의 경쟁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가 올림픽 경기를 볼 때 감동을 느끼듯 스페셜올림픽을 통해서도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013 평창 스페셜올림픽은 한국의 새로운 면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외국인으로 7년간 생활하면서 느낀 한국 문화의 강점 중 하나는 가족지향적이라는 것이다. 함께라고 느낀 순간 만들어내는 강력한 힘은 어느 것보다 강했다. 또한 그들을 하나로 품는 너그러움은 끝이 없었다. 스페셜올림픽을 통해 이런 한국의 강점이 발휘되고 더 나가 세계를 하나로 품는 한국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