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오닐의 그로스 맵
짐 오닐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지난 2001년 이 책의 저자인 짐 오닐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은 10년 후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잡을 나라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들 국가의 첫 글자를 따 BRICs라고, 명명하고 새로운 세력의 부상을 예견했다.
그런데 브릭스는 그 예측 수준을 훌쩍 뛰어넘으며 급격한 성장을 했고, 새로운 세력의 성장엔진은 최근 불거진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을 진정시킬 마지막 희망이자 무한한 가능성으로 주목 받고 있다.
명동에 짓고 있는 국내 최대의 초현대식 중국 대사관은 브릭스의 위력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증거인 것이다.
이 책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이 만들었던 개념인 ‘브릭스’에 관해 좀더 자세한 데이터와 사례들로 그 동안의 성장 경로를 관찰해보고, 그렇다면 앞으로 10년, 멀게는 50년 이후 변화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을지 흥미진진하고 위트 넘치는 통찰력으로 소개하고 있다.
서구 강대국 중심의 글로벌 경제성장이 한계점에 다다랐음을 깨달은 저자는 아시아, 남미, 중동 및 아프리카에 좀 더 세밀하게 눈을 돌려 2005년에는 ‘넥스트일레븐(Next 11)’이라는 신흥시장의 가능성을 세상에 알렸다. 한국과 방글라데시, 이집트, 인도네시아, 이란, 멕시코,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필리핀, 터키, 베트남이 바로 그 주인공인 11개국이다.
그리고 그는 2011년 다시 한 번 분명한 핵심 성장축을 예견했다.
저자는 투자자들이 ‘이제 막 떠오르고 있는’ 신흥시장(Emerging Market)과는 확연히 구분해서 주시해야 할 시장으로 ‘이미 성장의 가속도가 붙어 성장 중’인 시장이라는 의미로 ‘성장시장(Growth Market)’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세계 GDP의 최소 1% 이상을 차지하는 선진국 이외의 경제를 가진 8개의 나라를 선정, 발표했다. 브릭스 4개국과 함께 넥스트일레븐 가운데 한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4개국이다.
그리고 이 여덟 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분석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미래까지도 예측하고, 브릭스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들이 국제적으로 어떻게 처신해야 스스로의 위상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키워낼 수 있는 지에 대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안한다. 그는 가이드라인에서 “세계경제는 지난 30년간 발전해왔던 것 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흥미로운 점은, 책의 곳곳에서 발견되는 “기존 사고방식의 틀을 깨라”는 냉철한 지침이다. 민주주의가 발전한다고 해서 무조건 경제가 부흥할 것이라는 단순한 사고방식은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경제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공산주의 체제 아래서도 인구 수와 경제규모라는 조건만으로 경제대국이 된 중국을 예로 들고 있다. 서양 강대국들이 자본주의 발달의 기본 토양으로 강조했던 ‘민주주의’와 한 나라 경제의 성장 가능성 간의 관계는 생각보다 밀접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국가의 힘이 국민의 힘보다 강한 나라가 성장을 이루는데 더 유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조건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번성하고 있는 나라의 가능성을 선입견으로 터부시하거나 무시해서는 투자자로서 새로운 기회를 놓쳐버릴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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