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역사는 권력과 대립ㆍ조화의 기록이다. 다양한 신문의 판형도 권력과 긴장의 소산물이다. 가장 크고 일반적인 신문판형은 대판. 대판의 절반 크기가 타블로이드판이다. 둘의 중간 사이즈도 있다. 서울경제의 판형인 대판의 유래는 세금과 관련이 깊다. 19세기 초반 영국 정부가 유력신문사들을 길들이기 위해 발행면수에 따라 늘어나는 세금체계를 도입하자 타블로이드판형이 대부분이었던 신문지의 크기가 갑자기 커졌다.
△권력은 언론을 회피하려는 성향을 갖는 게 보통이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허다하다. 국민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활자매체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영제국의 국운융성기가 그랬고 서구열강을 따라잡으려는 열망으로 가득 찼던 메이지 시대 일본이 그랬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민족의식을 일깨워 외세의 침탈에서 벗어나자는 염원에서 한국의 근대언론이 태어났다. 동서양의 신문매체가 얼마나 이런 소임에 충실했는지는 장담할 수 없으나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전세계 공통으로 '신문의 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신문구독료와 도서구입비를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률제정안을 잇따라 내놓았다. 일단 반갑다. 프랑스와 노르웨이 같이 신문사에 정부가 보조금을 직접 지원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그러나 따져봐야 할 게 있다. 공제대상의 추가는 각종 비과세ㆍ감면의 축소로 세수를 늘린다는 재정정책과 정반대방향이다. 신문매체가 계몽시대에 맡았던 역할을 다시금 수행한다는 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도서구입비에 대한 소득공제는 보다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 활자로 이뤄진 책은 어떤 전달 수단보다 깊이 있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신문의 위기는 신문사의 위기인 측면이 강하지만 출판의 위기는 국가경쟁력과 미래의 위기에 맞닿는다. 청소년들을 인터넷과 게임중독에서 구하는 길도 독서습관 고양에 있다. 충분하고 면밀한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독서란 과거의 위대한 사람들과 대화'라고 말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투자는 사람과 책에 대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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