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10일 용산참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일몰 이후까지 계속 진행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시민단체 간부 서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은 3월 헌재가 자정까지의 시위는 현행 집시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며 내린 한정위헌 결정을 단순 위헌으로 해석한 것이다.
한정위헌 결정은 법률조항이 특정의 영역에서 적용되거나 특정한 내용으로 해석되는 한 위헌이라는 변형주문의 결정으로 원칙적으로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은 법원의 판단에 구속력을 갖지는 못한다.
쉽게 말해 헌재가 야간 시위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했다고 해도 법원이 야간 시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에게 반드시 무죄를 선고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날 대법이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단순 위헌 결정으로 해석하면서 야간 시위자들을 법률적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됐다.
재판부는 "헌재가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자정까지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조항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한정위헌과 같은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단순 위헌 결정으로 봐야 한다"며 "법률상의 효력을 상실한 조항인 만큼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과 비슷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 수가 수백건인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해당 야간 시위자들은 무죄를 선고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형이 확정된 이들은 재심을 통해 구제 받을 수 있다.
서씨는 2009년 9월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전국 순회 촛불 문화제'를 열고 해가 진 후까지 집회·시위를 계속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서씨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고 2심 재판부는 "시위가 비교적 평화로운 방법으로 이뤄졌다"며 벌금 70만원으로 감형했다.
집시법 10조와 23조는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의 시위, 이른바 '야간 시위'를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주최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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