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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웃음코드와 근대 서울의 풍경으로 추위를 녹여주는 연극 3편이 눈길을 끌고 있다. 코믹연기로 버무린'한꺼번에 두 주인을''이기동 체육관 앵콜'과 우리나라 근대초기 예술가들의 초상을 그린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이 주인공이다.
13일 공연계에 따르면 '한꺼번에 두주인을'과 '이기동 체육관 앵콜'은 유쾌하게 즐기기 좋은 공연이다. 세계적인 겨울공연으로 잘 알려진 '한꺼번에 두 주인을(A Servant to Two Masters)'은 지난 1일 개막돼 오는 30일까지 일정으로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중이다. 이번 공연은 1947년 이탈리아 명문극장 삐콜로 떼아뜨로에서 초연됐던 카를로 골도니의 원작을 토대로 '빌리 엘리어트'로 유명한 작가 리 홀이 각색했고 오경택이 연출한 것이다.
두 명의 주인을 모시는 하인 트루팔디노의 크고 작은 실수를 통해 관객들의 웃음을 유도한다. 판토마임, 찰리 채플린의 광대연기, 미스터 빈 등의 코믹연기가 '한꺼번에 두 주인을'류(類)의 공연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겨울시즌 인기 있는 공연으로 올 겨울에도 미국 거스리극장, 독일 보룸 샤우슈필하우스에서 공연되고 있다. 하인 트루팔디노 역의 백원길은 공연계에서 유명한 코미디 전문가다. 오경택 연출은 "관객들이 잠시나마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편하게 웃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오경택 연출은 지난해에도 안톤 체홉의 '갈매기'를 연출, 고전은 지루하고 어렵다는 인식을 깨고 '희극성'에 초점을 맞춘 현대적인 작품으로 재해석했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지난 10월 26일 개막돼 내년 1월 20일까지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인 '이기동체육관 앵콜'은 소심하고 일상이 서툰 루저들의 반란극이다. 2009년 초연된 뒤 5만 관객들을 동원했던 '이기동체육관'의 앵콜판이다. 지난 2011년 공연에서 청년 이기동 역할로 출연했던 배우 김수로가 제작을 맡았다. 체육관의 사각링을 무대로 옮겨 놓은 듯한 세트와 훈련을 통해 실제 권투선수 같은 연기를 보여주면서 최근 스포츠를 소재로 흥행에 성공한 연극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지난달 27일 개막한 뒤 오는 3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문학, 연극, 영상을 접목해 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제47회 동아연극상 무대미술기술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됐던 박태원의 중편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모티브로 9명의 배우들이 소설을 무대로 옮기는 새로운 실험이다. 영상, 음악 등 다양한 무대수단을 통해 근대 초기 서울의 모습과 예술가들의 초상, 자유연애, 무성영화, 다방, 전차 등 당대의 풍경과 풍속을 흥미롭게 구성했다. 배우 오대석과 이윤재가 구보의 역할을 나누어 맡았다. 이윤재는 현실 속 인물인 박태원을 연기하고, 오대석은 박태원의 분신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를 연기한다. 이상, 김기림, 여급, 일본여급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는 다른 배우들의 연기와 동작도 수준급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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