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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의 일상으로 본 조선

■ 조선무사, 최형국 지음, 인물과 사상사 펴냄


문(文)과 무(武)는 수레의 두 바퀴 같아서 무의 역사는 곧 국가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조선의 역사 연구는 어찌 보면 문인의 역사로 바라본 경향이 적지 않았다. 무예사와 전쟁사를 연구하는 저자는 조선시대 전쟁을 직접 수행한 병사의 일상과 실상에 깊숙이 접근한다. 실제 옛 문헌과 그림 등을 토대로 재구성한 조선 병사의 하루가 흥미롭다. 그때도 지금 같은 기상나팔이 존재했다. 두호(頭號)라는 이름의 첫번째 나팔이 새벽 4시쯤 울리면 병사들은 잠자리를 정리하고 밥 지을 준비를 시작한다. 요즘 취사병의 역할인 밥짓기는 화병(火兵)이 도맡지만 물을 긷고 땔감을 하는 것은 모든 병사가 함께 했다. 나무를 하는 시간은 오전 10시 무렵이고 물은 오후 4시에 딱 15분간만 긷도록 하는 등 시간 운영이 엄격했다. 적의 척후병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기상 나팔에 이어 두 번째 나팔소리인 이호(二號)가 울리면 병사들은 자신의 주특기에 따라 업무와 훈련을 시작한다. 행군 준비 과정 중에는 비상식량을 만드는 훈련도 있다. 일종의 휴대식량으로 볶은 쌀 2되와 밀가루 1되 5홉으로 떡을 찌거나 소주에 담갔다가 꺼내 말리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점심시간을 보내고 나면 갑주(甲胄ㆍ갑옷과 투구)를 입고 훈련을 하는데 완전군장 훈련이라고 볼 수 있다. 행군의 경우 인시(새벽 3시)에 아침밥을 먹고 묘시(새벽 5시)에 출발해 오시(정오)에 점심, 미시(오후2시)에 마치며 하루에 30리(약12km)를 행군하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침상에 드는 시간은 보통 밤 9시쯤. 저자는 조선 병사의 하루를 통해 조선왕조의 역사를 유추해 바라본다. 쉼 없는 훈련을 통해 단단하게 무장한 조직은 단일 왕조로서 500년의 전통성을 이어온 국가의 원동력이 됐다는 얘기다. 책은 위급상황을 알리는 통신수단인 봉수(烽燧), 갑옷 제작의 뒷얘기, 조선 전ㆍ후기의 진법, 특수부대 ‘장용영’ ‘착호군’ 등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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