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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의'두 얼굴' 은행"어느 장단에…"

"부실 대비 충당금 더 쌓아라" "서민대출도 늘려라" 상반된 주문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부실이 나면 엄중히 다스리겠다" 같은 말과 규정만으로는 위험이 높아 대출이 힘든데도 "서민대출을 늘려달라"는 상반된 주문을 줄지어 내놓고 있는 탓이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은행의 고위 임원도 "위험이 높은 대출을 늘리라면서 연체 관리도 잘 하라니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두 얼굴에 은행들이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감원이 최근 들어 부쩍 은행들에 건전성 유지와 소비자 보호라는 양립이 쉽지 않은 목표를 한꺼번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인 것이 서민대출 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 당초 금감원은 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을 불러 '새희망홀씨대출' 취급을 늘려달라는 회의를 지난 14일 열 계획이었다. ★본지 7월14일자 10면 참조 그러나 은행연합회에서 "강제로 하면 보기가 좋지 않으니 자율적인 모양새를 취하겠다"고 해 15일 따로 모임을 했다. 이 자리에서 16개 은행들은 하반기에 이 상품대출을 2,500억원 늘리기로 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은행들이 새희망홀씨대출 취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누차 언급해왔다. 그런데 금감원은 최근 부실에 대비하라면서 충당금까지 더 쌓으라고 요구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를 노릇인 셈이다. 최근에는 금감원이 과당경쟁을 막는다면서 은행 임원들에 목표를 주지도 말고 평가도 하지 말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도 해야 하고 금감원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는 은행 입장에서는 난감한 처지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비계량 항목을 통해서만 임원을 평가하라고 하는데 말이 쉽지 실제로 적용하는 데 매우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의 두 얼굴은 4월에도 있었다. 금감원은 당시 저축은행의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4,000억원을 매입해달라고 은행들에 요청했다. 은행들로서는 금감원이 검사 때마다 취급한 PF가 부실 났다고 책임을 물었으면서 저축은행의 부실 PF를 사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금융권의 고위관계자는 "금감원 입장에서는 두 가지 목표가 모두 중요하겠지만 금융사에 이를 전달할 때는 중요성과 전후 관계를 살펴 통일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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