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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2월 11일] 진짜 '모럴 해저드'

요즘 신문 지상에 빈번히 등장하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용어는 원래 미국 보험업계에서 출발했다. 화재보험에 가입한 주택의 경우 불이 날 확률이 높아지면서 보험사기가 의심됐기 때문이다. 이후 모럴 해저드는 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 자신은 책임지지 않으면서 손실을 제3자에게 떠안기는 뜻으로 확대됐다. 모럴 해저드는 단순히 윤리적ㆍ도덕적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투자를 잘못해 막대한 돈을 날려도 국민 등 다른 사람들이 손실을 떠안는다면 누가 투기적 거래에 뛰어들지 않겠는가. 뉴욕 월가의 투자은행(IB)들에서 보듯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공유화'한다면 경제질서 자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일부 경제 주체들의 모럴 해저드를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유지하겠다면서도 사재 출연은 거부하다가 채권단의 '법정관리' 엄포에 꼬리를 내린 게 대표적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모럴 해저드를 보일 때 발생한다. 현재 정부는 한국은행에 기준금리 유지를 압박하고 있다. 물론 금융위기 후 각국 중앙은행은 기존의 '인플레이션 파이터' 역할에다 경기부양 기능을 추가하는 상황이다. 출구전략의 시행 시점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현 정권의 정치적 목적 차원에서 금리인상 여부를 다룰 때다. 거칠게 말해 "지방선거는 눈앞에 있고 저금리 지속의 후유증은 빨라야 다음 정권, 늦으면 10년 뒤에나 나타나는데 그게 현 정부와 무슨 상관이냐"는 유혹에 시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저금리로 미국의 장기 호황을 이끌면서 한때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몰린 게 바로 엊그제다. 또 현 정부는 임기 초반 막대한 규모의 감세를 단행했다. 정부로서는 지지기반을 확대했을지 모르지만 국가 채무의 누적 속도는 한층 더 빨라졌다. 각 경제주체 입장에서 모럴 해저드는 법적ㆍ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의 영속성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는 다르다. 정부가 모럴 해저드에 빠지면 책임은 다음 세대가 지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모럴 해저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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