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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미래 내다보는 지성의 등대돼야"

오연천 서울대 총장 취임식서


오연천(51) 제25대 서울대 총장이 "혼미한 사회의 중심을 잡아주고 불확실한 미래의 어두움에 빛을 내던져줄 수 있는 유일한 등불이 대학이며 대학이 바로 희망"이라며 "대학은 사회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며 방향을 제시하는 지성의 등대가 돼야 한다"고 대학의 책무를 강조했다.

오 총장은 2일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통해 "이제 더 이상 계량화된 외형과 수치에 만족해서는 안 되며 외부의 잣대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보다 엄격한 내면의 기준에 입각한 학문적 양심을 바로 세워야 한다"며 "외국 대학을 따라가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지적 주체성으로 아시아의 가치와 한국의 길이라는 새로운 담론을 세계에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가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민주화에 기여해온 것에 대해 우리 모두는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지만 반성할 점도 없지 않다"며 "우리가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함께 나누는 진지한 인간애를 얼마나 발휘했는지, 외국의 연구 성과를 수입해 전달하기에 바쁘지는 않았는지, 혹은 학교의 명성에 안주하는 예비 기득권층을 양산한 것은 아닌지 꼼꼼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이 세계사의 주역으로 비상(飛翔)하느냐 아니면 변방으로 밀려나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역사적 갈림길에서 서울대가 세계적 대학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요구는 이제 지엄한 시대적 소명"이라며 "우수한 신입생을 선발하는 데 연연할 것이 아니라 탁월한 졸업생을 배출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하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미래를 꿈꾸는 잠재력 있는 인재에게 학습 기회를 열어줌으로써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총장은 "나는 대학의 생명인 품위와 자율을 지킬 수 있는 든든한 방파제가 되고자 한다"며 "활짝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경청의 리더십'을 실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취임식에서는 이장무 전 총장이 참석해 대학을 상징하는 열쇠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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