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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들 지하철 빈자리 집착 왜?

에스트로겐 분비 급격히 줄면서 성향 자체 남성화 가능성 높아<br>젊은 여성보다 이성 의식 덜해 가방 던져서라도 자리 확보

아줌마들은 왜 지하철 빈자리에 집착할까. 지하철을 타다 보면 가끔 빈 좌석을 향해 돌진하는 아줌마들 때문에 당황했던 경험이 한두 번쯤 있을 것이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이라고 불리는 아줌마들의 이런 행동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나. 우선 생리적인 측면이다. 여성은 나이가 들면 여성다움을 유지하는 능력이 점점 쇠퇴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40대 후반부터 급격하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신정호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여성은 50세 전후로 폐경을 맞으면서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멈춰 체형도 가슴과 허벅지의 지방이 줄고 뱃살이 늘어나는 남성형 지방분포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이 때문에 겉모습뿐 아니라 성향 자체도 남성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생리적으로 여성다움이 사라지는 아줌마들은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유지하려는 젊은 여성들에 비해 이성을 의식함으로써 생기는 부끄러움이나 주저함이 상대적으로 덜 하다. 남의 시선을 덜 의식하기 때문에 빈자리가 나면 가방을 던져서라도 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분석할 수도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중년 여성들은 대부분 서민 계층이 많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산층 이상의 여성들은 주로 자동차를 타지만 중년의 서민 여성들은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마련"이라면서 "이들의 생활은 고달프고 체력적으로도 힘든 연령대여서 서 있는 것보다 앉는 것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지하철에서 빈자리를 차지하려고 가끔은 민망스러울 정도로 서두르는 아줌마들을 보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집단화를 통해 효율적 사고를 하려는 일반 사람들의 심리 때문에 애꿎은 아줌마들이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은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면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에 사고의 절약, 즉 그룹을 지으려는 집단화 심리를 갖고 있다"면서 "정치인이나 교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듯이 아줌마들의 특정 행동을 보고 마치 그것을 아줌마의 전형인양 규정지으려는 속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아줌마들은 자신들의 이런 행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다음 여성포털 미즈넷에 의뢰해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지하철 빈자리 돌진하는 아줌마'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에 참여한 490명의 주부 중 80%가 '좀 뻔뻔하다'고 답했다. '남의 시선 뭐 어때'라고 답한 비율은 20%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설문에 참여한 회원 중 많은 수가 아줌마들의 행동이 잘못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ID '바이올리나'는 "결혼 후 애 낳고 키우다 보니 몸이 망가지고 힘들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주장했고 ID '한여름초저녁'은 "어렸을 땐 그런 모습이 꼴 뵈기 싫어 욕했는데 나이가 드니까 다리도 불편하고 서 있는 게 참 힘들다"고 밝혔다. ID '양정인'은 "어머니가 50대 초반 폐경기가 와서 무릎도 아프고 몸이 좋지 않다. 아줌마들 보면 어머니가 생각나 자리를 양보한다"고 말했다. 한 사회학자는 "지하철에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아줌마들의 행동이 간혹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평상시 수치심 때문에 숨기고 싶었던 우리의 진짜 모습일 수 있다"면서 "아줌마는 다른 사람들과 조건이 다를 뿐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어머니의 또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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