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카이로에서 10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료회의는 유가하락을 저지하기 위해 하루 생산량을 100만배럴 이상 감축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셰이크 아흐마드 파흐드 알-사바흐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9일 “OPEC은 유가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이르면 다음달부터 현재의 생산쿼터에서 초과 생산되고 있는 부분을 줄일 것”이라며 “11개 회원국 전체가 이 방안에 사전합의했다”고 말했다. OPEC의 원유 생산쿼터는 현재 하루 2,700만배럴이며 회원국들이 초과 생산하고 있는 양은 100만배럴~170만배럴로 추정되고 있다. OPEC이 공식 생산쿼터는 손대지 않고 비공식적인 초과생산분을 감축하기로 한 것은 세계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유가를 현재 수준으로 묶기 위한 것이다.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기준으로 지난달 배럴당 55달러까지 치솟은 후 속락하기 시작해 6주동안 무려 25% 남짓 하락했다. 모하메드 빈 드하엔 알-하미 아랍에미레이트 석유장관은 “유가하락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하락속도에 놀라고 있다”고 말해 산유국들의 우려를 내비쳤다. 그러나 OPEC 회원국들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내년 세계 석유수요 증가율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돼 하락세가 멈출지는 미지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석유수요 증가율은 올해 3.3%에서 내년 1.7%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OPEC 회원국들이 감산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같은 배경에서다. 최근 달러가치가 급락한 것도 OPEC이 유가하락 저지에 나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OPEC 회원국이 생산하는 유종(油種)들의 가격평균인 OPEC 바스켓유가는 지난 7월 이후 최저치인 배럴당 35달러를 밑돌고 있다. 파티 하메드 벤 샤트완 리비아 석유장관은 “달러가치가 하락해 현재 배럴당 35달러의 OPEC 바스켓유가는 2년전 배럴당 25달러와 같다”며 “이 때문에 OPEC은 현재의 유가수준을 적극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OPEC가 감산을 결정할 경우 국제유가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약간 오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알-사바흐 쿠웨이트 석유장관이 산유량 감축을 언급한 9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WTI 1월 인도분은 전일보다 59센트 오른 배럴당 42.53달러를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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