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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에는 해외 인사들도 여럿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로널드 레이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미국대사 등은 김 전 대통령의 목숨을 구해줘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94년 "카터, 레이건 전 대통령은 내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해줬다"며 "죽는 날까지 감사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김 전 대통령이 1980년 '5ㆍ17 내란음모사건'으로 체포됐을 때의 일로 당시 전두환 정부는 김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미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책임자 도널드 그레그(전 주한 미국대사)는 이 소식을 신속히 백악관에 전해 구명운동을 이끌어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카터는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미국대사를 통해 전 전 대통령에게 "김대중을 처형하면 한미 협력관계도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이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김대중이 사형된다면 미국 내 수많은 단체가 항의시위를 할 것이며 이는 북한에만 이득이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카터 전 대통령을 설득한 것도 주효했다. 이듬해인 1981년 출범한 레이건 정부도 전 정부의 뜻을 이어받았다. 레이건 정부는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 전 대통령의 방미를 승인했다. 전 전 대통령이 정권의 정당성을 얻도록 한 대신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을 허용해 목숨을 구한 것. 다만 레이건 정부는 전 전 대통령이 단임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개스톤 시규어 당시 미 국무차관을 통해 한국 군부 관계자들에게 한국에 민간정부가 수립되지 않을 경우 미국의 대한(對韓)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압력을 행사한 덕분이었다. 한편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김 전 대통령의 삶은 해외 각국의 저명인사들에게도 귀감이 됐다. 세계적인 미래학자로 DJ 재임 시절부터 교분을 쌓아온 앨빈 토플러 박사, 북아일랜드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메어드 맥과이어,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 등은 지난주 김 전 대통령의 쾌유를 바라며 서신을 보내거나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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