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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피랍] 딜레마에 빠진 美

한국 협조요청 거부땐 동맹 균열<br>지지하자니 반전여론 고조 우려

미국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의 한국인 납치 억류 사태에 대해 내심 속을 태우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 차원에서 시작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대한 국내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시점에서 자칫 이번 인질 사태가 한미 동맹에 틈을 벌리고 나아가 미국 내 반전 여론을 다시 고조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미 양국 모두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이라는 데서 이번 사태가 자칫 정치이슈로 비화되는 것을 부시 행정부는 극히 경계하는 눈치다. 워싱턴 소식통들은 25일 “부시 행정부가 테러세력과는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대테러 원칙과 우방인 한국의 각종 협조 요청 사이에서 적잖게 고민하는 것 같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미국은 행여 자신들이 한국을 적극 돕는 것처럼 비쳐질 경우 탈레반을 자극, 사태를 악화시키고 이를 계기로 미국 내 반전 여론이 고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협조요청에 “나 몰라라”의 식으로 대응할 경우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또 한번 반미정서에 불을 지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렇다고 섣불리 기습작전을 감행했다가 인질들에게 불행한 사태라도 벌어질 경우 한국 내 여론이 악화될 것은 물론 또 다른 화를 부를 수 있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한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무고한 사람들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은 일절 하지 않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의 한 고위당국자가 “한국 정부와 분명히 대화는 하고 있지만 공조란 단어는 쓰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한미 간 굳건한 ‘공조체제’ 구축이 오히려 탈레반으로부터 ‘공적’으로 오인돼 사태 해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국방부가 연일 대책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의 상황분석과 대책마련에 나서면서도 이를 비밀에 부친 채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는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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