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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기업들만의 잔치

얼마 전 모 그룹 계열사의 부품영업부장은 울화통이 터질 정도로 황당한 일을 당했다. 거래처이면서 같은 계열사인 전자 업체를 방문했는데 담당 대리가 앉으라는 말도 없이 30분을 세워놓은 채 자기 업무만 봤기 때문이다. “아무리 갑(甲)의 입장이라지만 계열사 선배한테 기본적인 예의도 없이…. 하지만 참을 수밖에요. 회사 실적을 그 대리가 좌지우지하는데요. 그날 밤 부서원들과 함께 신입사원 연수 때 왜 그 회사를 지원하지 않았나 한탄하며 소주만 마셨어요.” 국내 굴지의 대기업마저 완성 업체에 휘둘리는 판이니 중소기업의 사정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국내 H증권사의 스몰캡(중소형주 발굴팀) 팀장은 숨겨진 우량주를 찾기 위해 한 자동차 부품 업체를 방문하려다 “오지 말라”는 구박만 당했다고 한다. 실적이 좋다고 알려지면 납품처인 대기업이 단번에 공급 가격을 후려치는데 책임질 것이냐는 얘기였다. 그 사장은 “완성차 업체들의 임금 인상 소식만 들어도 숨이 턱 막혀요. 이익을 벌충하느라 또 얼마나 납품 단가를 깎아댈까 싶어서요”라며 하소연한 뒤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내수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올해 순이익 1조원 돌파가 예상되는 기업도 삼성전자와 포스코ㆍ현대차 등 총 13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올해도 경기회복의 수혜는 대기업만 고스란히 향유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대형주(시가총액 1~100위)의 올 3ㆍ4분기 영업 이익은 전 분기보다 18.55%나 늘었지만 중소형주(101~300위)와 소형주(301위 이하)는 각각 36.41%, 34.07%나 줄었다. 대기업들이 정부 눈치를 보면서 말로는 ‘중소기업과 상생 경영’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자기 몫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대기업 직원들은 벌써부터 성과급 액수를 놓고 설왕설래하는 모습이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여유가 있는 업체들조차 대기업 눈치를 보느라 성과급 지급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올해 연말도 따뜻한 겨울나기는 대기업만의 전유물이 될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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