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원구성시 국회 상임위원회 및 특별위원회(상임위) 숫자를 늘리는 것에 관한 논란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째, 상임위 숫자는 늘릴 필요가 없고 향후 정부조직 개편이 있다면 그때 검토해도 될 것이다. 둘째, 이미 일부에서 주장이 나온 바와 같이 현재의 '기능별 소위'체제를 '분야별 소위'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필자가 지난 4년간 소속됐던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경험을 예로 들자면, 위원장을 제외한 20명의 위원이 답변이 포함된 7분씩의 질의 시간을 모두가 정확히 지킨다 해도 140분이 소요된다. 그런데 이런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교과위는 만성적인 파행에 시달렸는데, 혹시 운 좋게 파행이 되지 않는 날이라도 줄을 잇는 의사진행발언과 약속된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막무가내 발언들로 후순위에 발언이 예정된 경우, 도무지 언제쯤 질의할 수 있을지 가늠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또한 주요 현안이 발생한 경우 20명의 위원 대부분이 동일한 주제를 반복해 질문할 수밖에 없다. 자연히 '오늘의 주제'가 아닌 이슈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고, 교과위에서는 '온 국민이 전문가'라는 교육 문제를 다루느라 장기적인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과학기술 문제는 거의 뒷전으로 밀리는 현상이 반복됐다.
전체회의가 이처럼 수박 겉 핥기식으로 진행된다면 소위에서라도 심도있게 다뤄져야 하는데 현재는 대부분의 상임위에서 법안심사소위ㆍ예산결산소위ㆍ청원심사소위식으로 소위원회가 기능적으로 구분돼 있다 보니 소위에서도 또다시 수박 겉 핥기식 심의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왜 유아교육과 인공위성이 같은 소위에서 다뤄져야 하는가.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하면 위원들은 대체로 당론이나 전문성 있는 일부 동료위원의 의견에 따라 논쟁의 대립구도 속으로 빠져들기 쉽다.
만일 교과위에서 분야별 소위 활동이 이뤄지면 유아교육ㆍ초중등교육ㆍ고등교육ㆍ평생교육과 과학기술 분야를 적절한 범위로 묶어서 몇 개의 소위가 구성되고, 각 소위에서 법안심사와 예결심의까지 이뤄지면 해당 소위 위원들의 전문성이 강화되고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권위와 견제 역량도 함께 향상될 것이다. 부수적으로 한 자리에 앉아있는 위원 수가 적어지면 의견의 극한대립도 줄어들기 쉽고, 혹시라도 대립이 있더라도 절충안 도출이 용이해질 것이다. 기능별 소위를 분야별 소위로 전환하면 국회선진화법 통과에 이어 '싸우는 국회'에서 '일하는 국회'로 변모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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