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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의 '바오바(保八ㆍ최소한 8%대의 성장률 달성)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경제 규모가 커질대로 커지면서 과거와 같은 10%대 성장이 어려워진데다 유럽 재정위기를 맞아 국가 주도의 투자ㆍ수출을 통한 고성장 모델이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위기감을 느낀 중국 정부도 기존의 수출에서 내수 위주로, 정부 주도에서 민간 중심으로 경제 패러다임의 이동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임금인상 등에 따른 제조업 경쟁력 약화, 폭발하는 분배 요구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자칫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현재 중국경기의 2ㆍ4분기 바닥론은 거의 힘을 잃은 상태다. 유럽 재정위기 등의 영향으로 최근 실물경기지표가 바닥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해관은 지난 8월 수출액이 1,779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7% 늘어나는 데 그쳐 두 달 연속 3%선을 밑돌았다고 10일 발표했다. 특히 내수가 위축되면서 수입은 1,513억달러로 같은 기간 대비 2.6% 줄어들었다. 춘제(중국 설)와 같은 특별한 명절이 없는 달에 수입이 줄어든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 '중국 수출 증가세 둔화→국내 소비ㆍ투자 감소→수입급감→원자재 값 하락→경기 침체 가속화'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올해 목표로 내걸었던 교역 10% 증가 역시 달성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 때문에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인 7.5%를 밑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ㆍ4분기 성장률이 7.6%에 그쳤는데 경기가 3ㆍ4분기는 물론 4ㆍ4분기에도 하락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 관련해 "중국경제가 두 자릿수 성장을 구가하던 시대는 완전히 저물었다"며 "새로운 '성장표준(new normal)'을 찾기 위한 논란이 거세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UBS도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8.0%에서 7.5%로, 내년은 8.3%에서 7.8%로 하향 조정했다. 사실상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바오치(保七ㆍ성장률 7% 유지)'가 현실적 목표라는 얘기다. 이에 앞서 골드만삭스 역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7.9%에서 7.6%로, 내년은 8.5%에서 8.0%로 내렸다. 7% 성장률 시대가 앞으로 2~3년 내 대세로 굳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성장률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지만 더 이상 세계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중국 정부도 최근 1조위안에 달하는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일괄적으로 승인하는 등 경기하락 속도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올 가을 5세대 지도부로의 권력이양을 앞두고 민심안정 등을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물가상승과 부동산 투기 재연 등이 걸림돌이다. 중국의 8월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은 2%로 양호한 수준이었지만 미국 대가뭄 등의 영향으로 같은 기간 식료품 물가는 3.4%나 뛰어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또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경우 부동산 투기가 재연되는 것은 물론 은행들의 부실대출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해 실업률을 안정시키면서도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이날 분석했다.
중국경제연구소인 드래고노믹스의 아서 크뢰버 이사는 "중국경제 성장률이 앞으로 점점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실업 문제에서 대재앙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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