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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 미국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신작 '소셜 애니멀'을 통해 사람 사이 관계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브룩스는 지난 2000년 부르주아와 보헤미안의 결합을 의미하는 '보보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던 작가로 이번 책에서는 관계와 만남을 통해 성장하는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을 분석했다. 저자는 심리학, 사회과학, 신경과학 등을 넘나들며 관계와 만남을 통해 성장하는 인간의 본성을 밝히고 경험과 학습, 가풍, 문화, 제도 등의 중요성을 다룬다. 책은 '헤럴드'와 '에리카'라는 가상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이르는 인생을 통해 만남과 관계가 한 사람의 성취와 행복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헤럴드와 에리카가 천재였거나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부모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친구와 우정을 쌓고 동료와 협업하며 연인과 사랑에 빠지는 등 시기별로 다양한'관계 맺기'를 통해 행복에 이르는 한평생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보인다. 저자가 '사회적 동물'이라는 뻔한 주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하게 된 배경은 뭘까. 저자는 '인간은 합리적 동물'이라는 인간 본성관이 오히려 우리 삶을 망치고 있다고 말한다. 개인의 발전과 행복을 수치화ㆍ계량화할 수 있다는 잘못된 편견이 우리를 한 방향으로 몰았고 결국 판에 찍은 듯한 똑 같은 성공을 조장해왔다는 것. 저자는 현대사회가 개인과 개인 사이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간과한다고 말한다. 단지 개인 차원의 기술 개발에만 역점을 둔 탓에 도덕적이고 정서적인 능력을 개발하는 데 실패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입시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는 데 필요한 훈련을 받지만 장차 누구를 친구로 삼고 누구와 결혼하며 충동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는 배우지 못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잘 가르치지만 인성처럼 정말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사람이 성장한 뒤에 인간관계를 맺는다는 말은 잘못됐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 조상과 인간관계를 맺고 이런 관계가 그 사람을 창조한다. 부모는 자식에게 돈 뿐 아니라 습관, 지식, 자기 계층의 인지적 특성까지 함께 물려준다는 것이다. "인간관계가 거미줄처럼 촘촘하고 잘 조율된 조건에서 태어난 아이는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를 시작할지 알고 있으며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오가는 신호가 무슨 뜻인지 파악한다. 세상을 반갑고 유쾌한 곳으로 바라본다. 이에 비해 위협적인 관계 속에서 태어난 아이는 겁이 많고 움츠러들고 공격적이다"(104쪽) 저자는 또 사람들이 무엇이 자기를 행복하게 만드는 지 판단하는 데 무척 서툴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일과 돈, 부동산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고 친밀한 유대감이나 노력하는 과정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한다는 뜻이다. 책이 주장하는 바는 간단하다. 돈과 행복 사이의 상관성은 복잡하지만 사회적인 유대와 행복 사이의 상관성은 단순하고 명쾌하다는 것. 인간관계가 깊으면 깊을수록 사람은 더 행복하게 산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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