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군살뺀 기업 "호황 일등공신" 제조업 설비투자 3년전부터 대폭 늘어기업 순익 25% 늘고 GDP는 2%성장개인소비 뒷걸음…체감경기는 "아직" 최수문 기자 chsm@sed.co.kr 일본이 이번에 58개월 경기확장이라는 사상 최장의 호황 기록을 세운 것은 ▦치열한 구조조정과 ▦엔화 약세를 배경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11월 월례보고서에서 밝혔듯이 국내의 소비심리가 여전해 개선되지 않아 체감경기는 좋지 않다. 이번 최장기 경기호황의 1등 공신은 기업이다. 일본 상장기업은 2006 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익률이 10.8% 증가했다. 경상이익은 15%, 세금공제 후 이익은 25%로 애초 예상을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미국의 소비 확대와 중국 투자붐을 양대 축으로 한 세계 경제의 고성장, 그리고 기록적인 엔저(円低) 현상이 겹치면서 해외에서 일본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기타시로 가쿠타로 일본 경제동우회 대표간사는 "일본 경제는 완만하게나마 성장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동차ㆍ전기ㆍ기계 등이 대표적인 수혜 분야로 분류된다. 상반기 일본 기업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엔에 이른 도요타의 경우 매출 증가분(15%) 대부분이 미국ㆍ유럽 등 해외에서 비롯됐다. 기업들의 견실한 매출 증가에 따라 2ㆍ4분기(7~9월) 일본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보다 0.5% 상승했다. 이는 연간 성장률로 2%에 해당하는 수치로 당초 시장 예상치를 두 배 이상 웃도는 것이다. 이 같은 기업들의 실적 향상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이뤄졌다. '잃어버린 10년' 등 장기불황 동안의 기나긴 자본스톡 조정(과잉설비 구조조정)의 시련기를 거치면서 거품경제의 3대 과잉이라는 '부채ㆍ인력ㆍ설비' 문제를 해소했다. 그 결과 상장기업의 약 3분의1이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으며 설비투자 확대의 발판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이 현재 경기를 구조조정의 일본식 용어인 '리스트라(리스트럭처) 경기'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를 통해 거품 붕괴 후 마이너스 성장했던 제조업 설비투자가 2003년부터 큰 폭의 증가세로 반전, 4~6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까지 늘었다. 하지만 과거의 호황기들과 비교할 때 이번 경기호황의 아쉬움은 혜택이 일반 서민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GDP 성장률 면에서도 지금은 2.4%에 불과해 11.5%를 기록했던 이자나기 경기와 5.4%였던 거품경기 때보다 훨씬 낮다. GDP의 6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는 2ㆍ4분기에 전년 대비 오히려 0.7% 하락했다. 이를 연율로 환산하면 2.7% 감소한 것이다. 이는 기업의 실적호전으로 이익은 크게 늘어났지만 그 혜택이 가계에까지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이에 대해 "과거 이자나기 경기 때는 57개월간 임금이 79% 인상됐지만 이번 경기확대 기간에는 오히려 1.2% 줄었다"며 "기업의 국제경쟁이 격화되면서 경영자들이 임금 인상에 소극적인 것도 내수침체의 주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디플레이션 추세도 지속되고 있다. 일본은행(BOJ) 기준금리 인상시도를 아베 정부에서 결사 반대하는 것도 디플레이션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이뤄지면 그나마 살아나는 경기를 짓밟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인 재정적자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동안 경기부양을 이유로 재정지출을 남발한 결과 정부 빚이 GDP의 180%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11년까지 세입과 세출을 맞추겠다고 선언했지만 오히려 재정긴축으로 인한 수요위축과 저성장 고착화라는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입력시간 : 2006/11/22 17:20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