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농사가 가장 힘들다는 말이 있다. 이에 못지않은 것이 소를 키우는 일이다. 자식처럼 정성을 들여 애지중지 키우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한우 가격 하락을 극복하기 위해 한우 농가와 협회, 관계 기관 모두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우값 전망은 여전히 암울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6월 현재 한육우 사육마릿수는 약 308만마리로 추정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증가로 수입쇠고기 재고량은 평년의 두 배에 달하고 있다. 한우 도축 마릿수도 지난 2008~2010년 5월 하루 평균 2,150마리였던 것이 올해는 2,773마리로 29%나 늘어난 양이 공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쇠고기 공급량 증가에 비해 쇠고기 소비량 증가는 높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쇠고기 소비량은 2010년 8.8㎏에서 지난해 10.7㎏로 1.9㎏ 늘어났으며 올해는 11㎏ 이하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으로 한우산업이 위기에 처했다. 한우농가들은 소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와 함께 한우암소 감축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생산비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이 아무리 허리를 졸라매고 일을 하며 생산비를 낮추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 국제 농업과 비교해볼 때 전반적으로 우리 농업은 규모화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기에 여건이 열악하다.
한우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한 유전자원이다. 이런 우수한 유전자원을 더 발전시켜 국내 식량자원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함에도 자유무역협정(FTA) 과정에서 한우산업은 국익을 위한다는 명분아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한미 FTA 과정에서 가장 여실히 드러났다.
한우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어려운 와중에도 우리 농가들은 축산업 허가제, 가축분뇨법 개정 등에 직면해 있으며, 한중 FTA를 앞두고 중국의 농축산물과도 경쟁을 준비해야 한다.
최근 농가들이 기울이고 있는 암소감축사업 역시 농가들의 노력과 함께 정부 또한 한우농가의 희생에 대한 충분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과도한 규제와 개방에 앞서 농가의 고충에 귀를 기울이고 최선의 대책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이 땅 위에 한우가 살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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