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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로잡은 '신 자본론'

"부유세 더 늘려 부 재분배 해라" <br>佛 피케티 교수 '21세기 자본론' 발간 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려

"중산층 붕괴·불평등 심화 방증"

토마 피케티



경제학 서적 한권이 미국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프랑스 태생으로 오랫동안 경제불평등 문제를 탐구해온 토마 피케티(42·사진) 파리경제대학교 교수의 신작 '21세기 자본론'이다. 불평등 심화를 막기 위해 자본가들에 대한 세금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700쪽짜리 책은 발간되자마자 쇄를 거듭하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CNN머니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께 하버드대 출판부에서 발행한 '21세기 자본론'은 이달 21일(현지시간)까지 4쇄 4만1,000부가 판매됐다. "하버드대 출판부 101년 역사상 한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CNN머니는 전망했다. 현재는 아마존 입고물량도 매진돼 예약만 가능하며 2만5,000부가 전국 서점과 온라인 소매점에 추가 입고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저자 피케티 교수에 대한 반응도 열광적이다. 현재 자신의 책 홍보를 위해 미국을 찾은 그는 제이컵 루 재무장관과 회담하고 백악관 초청으로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들과 만나 견해를 피력했다. 피케티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유엔에서도 강연하며 주목을 받았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학자로 '피케티 홍보'에 앞장서온 조지프 스티글리츠, 폴 크루그먼과 피케티 교수의 지난 16일 공개회담도 좌석이 전부 매진됐다. 크루그먼은 뉴욕리뷰오브북스에 "'21세기 자본론'은 사회와 경제학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피케티 교수를 인터뷰한 뉴욕타임스(NYT)는 이 책을 '국부론(애덤 스미스)' '자본론(칼 마르크스)' 같은 경제학 고전에 비견하기도 했다.

'21세기 자본론'은 자본주의의 착취성을 논증하며 필연적 붕괴를 예언했던 마르크스 자본론처럼 심화하는 소득 불평등이 자본주의의 구조적 특성임을 증명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저자는 과거 수세기 동안 주요국의 경제성장률과 조세자료를 분석해 자본 수익률이 언제나 경제성장률을 앞서왔다는 사실을 도출했다. 자본가들은 항상 경제성장률을 앞지르는 수익을 남겼고 이것이 불평등을 야기하는 근본적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유세를 크게 늘리는 한편 자본가들에게 물리는 글로벌 세금을 신설해 부의 재분배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피케티 교수의 결론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1990년대 프랑스 좌파 사회당 경제자문위원회에 참여한 경력이 있으며 프랑수아 올랑드 정권의 부유세 정책에도 공개 지지를 보낸 바 있다. 1980~2004년 미국 내 소득상위 1%가 차지한 소득비율이 전체의 8%에서 16%로 두 배 늘었다는 그의 연구는 2012년 대대적 반(反)월가 시위의 이론적 근거가 되기도 했다.

물론 그에 대한 열기만큼 비판도 만만찮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세기 자본론'은 치밀한 분석보다 이데올로기적 장광설로 가득하다"고 꼬집은 서평을 실었다. 대표적 보수매체 중 하나인 포린어페어스는 "저자가 주장하는 부자증세가 의도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면서 "성실한 자본가에 대한 존중과 지원 없이 번영하는 사회는 발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 공화당계 정책연구기관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케빈 하셋 박사는 "미국 내 양극화는 심해졌을지 몰라도 지난 30년간 전세계 중산층은 크게 늘어난 게 사실"이라며 "전지구적 차원에서 접근하면 피케티 교수의 주장은 틀렸다"고 했다.

미국의 진보·보수 진영으로부터 "마르크스를 되살렸다"는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는 '21세기 자본론'의 인기는 불평등 현상이 그만큼 지나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제 붕괴하는 중산층을 방치해서는 안 될 시점에 이르렀다는 분명한 경고인 셈이다. 경제매체 포춘은 "21세기 자본론에 대한 비판 중 어느 것도 불평등 현상의 중대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못했다"면서 "이 책의 분명한 업적은 논의의 초점을 불평등의 심각성 여부에서 '해결책이 무엇인지'로 옮겨놓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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