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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이민제한법 통과 … 시험대 오른 '하나의 유럽'

유럽 반EU정서 자극 우려

EU "경제 제재할수도" 경고

스위스에서 유럽연합(EU) 시민의 자유로운 이민을 제한하는 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해 EU와의 갈등을 예고했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이주민 규제 움직임이 이는 가운데 나온 스위스의 이번 투표 결과는 유럽 통합에도 적잖은 역풍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9일(현지시간)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극우정당 스위스국민당(SVP)이 제안한 'EU시민권자 이민 금지안'이 찬성 50.3%, 반대 49.7%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스위스 정부는 △이민 쿼터 도입 및 사회보장 제한 △망명허용 축소 등의 정책을 도입해야 하며 이에 따라 EU와 맺은 자유노동시장 협정도 전면 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EU 회원국이 아닌 스위스는 지난 1999년 EU·스위스 국민 간에 자유로운 이동권을 보장하는 협약을 체결해 2007년부터 시행해왔다. 그러나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가 악화하면서 스위스 내에서는 이민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SVP 등 이민제한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통제되지 않는 이민자들이 자국민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높은 임차료 및 범죄 증가 등 여러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EU와의 협약시행 이후 스위스로는 전체 국민 800만명의 1% 정도인 8만명이 매년 순유입되고 있으며 현재 외국 이주민 규모는 총인구의 23%에 달한다.

스위스의 이민규제 법안 통과에 EU 측은 경제제재 가능성을 경고했다. 비비안 레딩 EU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사람과 상품·자본·서비스 등 네 가지로 구성된 이동의 자유는 분리할 수 없다"며 "시장은 (구멍이 뚫린) 스위스 치즈가 아니다. 구멍이 난 시장을 가질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스위스가 노동이동권을 제한할 경우 상품·자본·서비스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스위스 재계도 EU와의 교역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나섰다. 스위스경제인연합회의 얀 아테슬란더 국제기구 대표는 "이번 투표 결과는 스위스와 스위스 산업에 결단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투표 결과를 받아들여야겠지만 이에 따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투표 결과가 유럽 대륙에서의 반이민·반EU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투표 결과는 이민에 대한 적대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유럽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며 "영국을 비롯한 EU 회의론자들에게도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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