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와 동맹을 맺어 가깝게 지냈다고 알려진 돌궐의 후예이며 한국전쟁 당시 약 1만5,000명의 병력을 파견해서 용맹스럽게 싸워준 나라. 피난길에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데려와 수원에 앙카라 학교를 세우고 그 아이들을 지원해준 나라. 그 나라가 '터키'다. 우리와는 멀리 떨어져 있고 생김새도 다르지만 한국과 터키는 서로를 '형제의 나라'라고 부르며 오랜 시간 동안 끈끈한 연을 이어오고 있다.
터키는 유럽ㆍ아시아ㆍ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로 그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다. 또 터키는 인구가 7,975만명(2011년)으로 유럽 국가 중에서 독일 다음으로 거대한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유럽 재정 위기에도 불구하고 2011년에 7.5%의 높은 성장률을 이뤄 탄탄한 경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50여개의 기업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는 터키에 진출해 자동차, 전자제품, 인프라 건설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제품 현지화 노력과 우리나라를 향한 터키인들의 정서적 친밀감이 만나 터키 시장에서 우리나라 전자제품은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향후 한국과 터키 간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양국 경제 교류는 더욱 활발해져 터키로 파견되는 우리 근로자의 수는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현지 사회보장제도에 따라 의무적으로 사회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 우리 근로자들에게 부담을 안겨주기도 한다. 터키에서는 외국인 파견 근로자의 경우 소득의 38%에 이르는 사회보험료를 부담하게 되는데 이는 우리나라 평균 4대 보험료율인 18%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며 국내 사회보험에 가입돼 있는 근로자는 양국에 이중으로 사회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우리 근로자들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달 초 박태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파루크 첼리크(Faruk Celik) 터키 노동부장관이 앙카라에서 사회보장협정에 정식 서명했다. 이 협정이 발효되면 어느 한 국가에서만 사회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게 돼 터키에 진출해 있는 약 180명 남짓 되는 우리 파견 근로자의 사회보험료 부담이 연간 약 30억원, 우리나라에 파견된 약 81명의 터키 근로자의 사회보험료 부담이 연간 약 4억원이 절감돼 총 34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과 터키가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시장을 개방해 경제 교류의 장벽을 낮췄다면 사회보장협정을 통해서는 인적 교류의 장벽을 낮춘 셈이다. 두 협정이 양국 경제협력 강화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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