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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8월 1일] SOS 경제
입력2008-07-31 18:03:33
수정
2008.07.31 18:03:33
세계 경제가 ‘SOS’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Sub-prime)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자산버블 붕괴에다 사상 초유의 고유가(Oil shock)로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면서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SㆍOㆍS가 서로 상승작용을 하며 지구촌을 삼켜버릴 듯한 태세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주택 가격의 거품이 빠지면서 금융기관 부실화와 신용경색이라는 모습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잡히는가 싶으면 다시 꼬리를 물고 새로운 얼굴로 나타난다. 서브프라임에서 알트에이를 거쳐 프라임으로 전이되는 양상이다. 미국의 주택 가격은 지난해 고점 대비 평균 17% 떨어졌으나 앞으로 10~15%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금융권의 상각금액은 4,700억달러 수준이다. 미국 최대 채권펀드 운용기관인 핌코의 빌 그로스는 금융권 상각 규모가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아직 절반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갈 길이 멀다.
사상 유례없는 고유가는 경제의 숨통을 더욱 조이고 있다. 최근 폭등세는 꺾였지만 여전히 오일쇼크 수준이다. 이란과 나이지리아 등 지정학적 문제도 고스란히 안고 있다. 더욱이 미 경기침체에 따른 달러 가치 급락 가능성이 커 유가 하향안정세가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 같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의 주장대로 달러화 가치가 단기간에 15% 이상 하락하면 유가는 다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를 것이 분명하다.
세계 경제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돌입했다. 미국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5%를 넘었으며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유럽도 이포(Ifo) 경영환경지수가 3년래 최저를 기록하는 등 각종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경기둔화를 예고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도 성장률은 떨어지고 소비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올 들어 2분기 연속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기 대비 1%를 밑돌고 민간소비는 4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미국의 경기침체 영향이 본격 전달될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비상 상황이다.
삼각파도에 걸린 배가 SOS 신호를 보내는 듯하다.
긴급 구난 신호인 SOS는 영화로도 제작돼 더욱 유명해진 타이타닉호가 1912년 처녀항해 중 침몰하면서 가장 먼저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서 불과 5분 거리에 떨어져 있던 캘리포니안호가 침몰하는 타이타닉호를 그대로 지나쳤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캘리포니안호는 무전기를 꺼 놓은 채 운항 중이었고 캘리포니안호 승무원들은 타이타닉호에서 쏘아올린 조난신호를 불꽃놀이로 착각했다.
타이타닉호를 구하기 위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배는 카퍼시아호였다. 사고가 난 지 한시간이 지난 뒤였다. 카퍼시아호는 705명을 구해냈다. 그러나 1,523명은 이미 북대서양의 차갑고 어두운 바다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캘리포니안호가 타이타닉호의 사고를 확인만 했어도 훨씬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요즘 ‘SOS 경제’를 살리기 위한 지구촌의 노력이 눈물겹다. 미국은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모기지 관련 업체들을 무제한 지원하면서 금융 관련주의 급락을 막기 위한 공매도 금지조치를 취했다. 또 원유 투기세력도 조사 중이다. 각국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경기침체의 고통을 감내하며 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국제흐름과 엇박자다. 정부는 오락가락하는 환율정책으로 위기를 키웠고 한국은행은 여전히 금리 인상을 놓고 고민 중이다.
지난 상반기 미국과 이탈리아ㆍ독일ㆍ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휘발유 소비를 줄인 것과 달리 우리는 오히려 크게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말로는 위기라고 하지만 경제 체질은 바뀌지 않고 있다.
타이타닉호를 지나친 캘리포니안호처럼 우리도 ‘SOS 경제’를 지나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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