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불황에 빠져있는 일본에선 로봇도 '해고위기'에 직면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공장의 일거리가 떨어지면서 일손을 놓는 산업용 로봇이 늘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로봇 제조업체 야스카와(安川)전기의 규슈(九州) 공장에는 수많은 로봇들이 멈춰서 있다. 이들 로봇은 한때 또다른 산업용 로봇들을 생산해냈지만, 경기침체로 로봇 수요가 줄면서 작동을 중지하게 된 것. 공장이 망하기라도 하면 로봇들은 꼼짝없이 '해고'당해 팔려나갈 처지다. 일반 제조업체의 산업용 로봇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본의 산업용 로봇 선적 규모는 올해 1ㆍ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9%나 감소했다. 일본 로봇산업의 앞날도 잔뜩 먹구름이 끼었다. 맥쿼리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일본의 공장에서 일하는 로봇 수는 37만대에 달해 전세계의 40%를 차지했다. 일본인 근로자 1,000명 중 32명은 로봇인 셈이다. 2007년에는 일본 정부가 2025년까지 산업용 로봇을 100만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인 후지게이자이(富士經濟)의 우에다 데츠아키 애널리스트는 "경기침체로 인해 일본의 로봇산업이 수 년간 지체될 위기"라고 설명했다. 장난감 로봇 제작 업체들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국제소비자가전쇼(CES)에서 걷는 로봇을 선보였던 시스텍 아카자와는 지난 1월 파산했다. 지난 2007년 300달러(약 39만원)짜리 저가형 장난감 로봇 '아이소봇(i-SOBOTㆍ사진)'을 출시해 지금까지 4만7,000여대나 판매한 다카라 토미는 후속버전 개발을 포기했다. 아이소봇은 높이 16cm에 언어인식 능력까지 갖췄지만, 수요 감소를 당해낼 수는 없었다. 로봇 업계에서는 경기 회복이 시작되면 산업용 로봇이 즉시 수요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쿄의 몇몇 고층빌딩에 청소로봇을 공급하고 있는 후지중공업은 "당장은 경제가 어렵지만 3년 내로 청소로봇 개발비용 600만엔을 회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들 로봇은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릴 수 있어 인간 청소부들을 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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