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로골퍼 박상현(31·메리츠금융그룹)은 24일 진짜 돈다발을 거머쥐었다. 5만원짜리 지폐가 2,000장 들어있는 투명한 상자였다. 현금 1억원을 대회 현장에서 받은 것. 근 5년 만의 우승에 대한 짜릿한 보상이었다.
박상현은 이날 강원도 고성군 파인리즈CC(파71·7,209야드)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바이네르 파인리즈 오픈(총상금 5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를 적었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69타로 맹동섭(27·호반건설)을 1타 차로 따돌리는 우승. 맹동섭이 17·18번홀(파4) 연속 버디로 쫓아왔지만 박상현은 18번홀 파로 연장 없이 승부를 마무리했다.
박상현의 KPGA 투어 우승은 4년10개월 만이다. 2009년 5월 SK텔레콤 오픈과 그해 10월 에머슨퍼시픽 힐튼남해 오픈에서 우승할 때만 해도 다음 우승도 머지않을 줄 알았지만 통산 3승째를 거두는 데 4년10개월이 걸렸다. 58개월간 63차례 대회에서 톱10에 19차례나 들었지만 그때마다 우승은 그의 것이 아니었다. 올 시즌도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공동 선두로 출발하고도 3타 차 단독 2위로 마쳤고 보성CC 클래식에서 챔피언조로 경기했지만 공동 12위까지 밀렸다. 우승이 보일 만하면 이유 없이 무너지는 '4라운드 징크스'에 시달렸다.
박상현은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는 프리시즌 대회로 열린 윈터투어 1차 대회와 지난주 이벤트 대회 동아제약 동아ST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공식 투어 대회에서의 시즌 첫 승을 예고했다.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이날 그의 샷은 고비마다 흔들리기는커녕 더욱 정교해졌다. 15번홀(파4)에서 3퍼트로 보기를 기록, 버디를 잡은 류현우(33)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한 그는 17번홀(파3)에서 7번 아이언으로 결정타를 날렸다. 16번홀(파4) 파(류현우는 보기)에 이어 17번홀에서 티샷을 핀 70㎝에 붙인 것이다. 우승을 예약하는 버디였다.
이 대회를 주최한 구두 제조업체 안토니 바이네르의 김원길 대표는 박상현에게 트로피와 함께 우승 상금 1억원을 곧바로 전달했다. 박상현은 바이네르 구두 30만원 상품권도 500장 받았다. 시즌 상금 3억원을 돌파(3억1,290만원)한 그는 "우승 없는 4년10개월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결혼도 하고 아들(시원·17개월)도 생겼다. 2009년에는 미혼이었는데 지금은 아내와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하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말했다. "2010년 프로암 대회 때부터 나를 항상 챙겨주신 현대시멘트 신현봉 전무이사님이 지난 9일 돌아가셨다는 아픈 소식을 1라운드 때 들었다"는 그는 "이번 대회 우승컵을 그분께 바치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게 돼 다행이다. 꼭 우승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날 받은 구두 상품권은 불우이웃 돕기에 쓸 계획이라고 한다. 박상현은 다음 주 일본 투어 대회 출전을 위해 25일 출국한다.
한편 김원길 대표의 아들 김우현(23·바이네르)은 4언더파 공동 27위로 대회를 마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