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조류 인플루엔자(AI)에 놀란 기억이 되살아나 불안한 마음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요즈음은 항생제의 효능을 믿어서인지 사실 감염병은 후진국병으로 인식돼 왔고 다소 소홀히 해온 면도 있다. 현재 인플루엔자의 치료나 예방에 쓸 수 있는 약물은 타미플루와 리렌자가 있다. 타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는 미국의 바이오벤처회사인 길리어드(Gilead Sciences)에서 처음 개발되었는데 1996년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가 특허권을 사들여 현재 독점 생산하고 있다. 길리어드는 타미플루 판매량에 따라 14~22%의 로열티를 받는데 최근 3년간 로열티 수입만 약 11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신종플루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수록 이 로열티 수입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 S&P500지수는 2000년의 고점 대비 60% 이상 하락했지만 보건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길리어드는 1987년 설립돼 지난해 매출액이 53억 달러를 기록했고 설립 20년 만에 세계의 주요 바이오회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 길리어드는 비즈니스위크 50, 즉 비즈니스위크사 선정 그 해의 미국에서 가장 유망한 50개 기업 중 작년에는 2위, 올해는 1위에 랭크됐다.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 경제가 어렵다고는 하나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건재한 이상 최강국으로서의 미국의 위상은 쉽게 잃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제약회사들의 분포를 보면 동부지역에는 주로 화이자와 와이어스 등 전통적인 다국적 제약회사의 본사가 있다. 특히 워싱턴D.C.에 인접해 있는 메릴랜드주의 몽고메리카운티에는 미 식품의약품안전청(FDA), 국립보건원(NIH), 표준기술연구소(NIST) 등 19개의 연방정부기관과 250개의 첨단바이오 연구기관 및 바이오벤처가 모여 있다. 이들은 대개 다국적 제약회사와 파트너가 되거나 NIH 등의 지원을 받기 위해 모여든 것이다. 반면 서부 지역에는 전통적인 제약회사보다는 바이오벤처회사가 많이 자리 잡고 있다. 바이오벤처의 대명사격인 암젠과 제넨테크ㆍ길리어드ㆍ셀레라제노믹스ㆍ애피매트릭스 등도 이곳에 있다. 이들은 근처 스탠퍼드대학과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등에서 우수한 인력을 공급받는다. 우수한 인력, 훌륭한 바이오벤처기업과 자본의 3박자가 갖춰지면서 이곳으로 모이는 바이오벤처들이 점점 늘어났다. 동시에 이들을 지원하는 임상시험대행기관(CRO)ㆍ컨설팅회사ㆍ법률회사 등도 함께 모여들었다. 따라서 기초연구에서 신약개발ㆍ임상시험ㆍ공정개발ㆍ제품화까지의 모든 과정이 신속하고 조화롭게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제약산업 특히 신약개발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설치해 신약 및 의료기기 개발의 역량을 집중화함으로써 이를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뿔뿔이 흩어져 있는 신약 및 의료기기의 개발이 산ㆍ학ㆍ연ㆍ관의 협력 및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추진돼야 한다. 한 때 정치 논리에 의해 분산배치의 가능성이 우려되기도 했지만 최근 집적화 방침이 재확인돼서 천만다행이다. 산·학·연·관 협력·융합 필요
특히 충북 오송은 국가가 직접 조성한 국내 유일의 생명과학단지로서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최적지로 손꼽힌다. 국토균형발전의 최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내년 10월이면 질병관리본부ㆍ국립보건원ㆍ식품의약품안전청 등 우리나라 보건의료 관련 주요 국가기관들도 이전하게 된다. 이에 발맞춰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들이 오송 생명과학단지로 공장 이전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또 인근 대학의 우수한 바이오산업 인력의 연구 참여도 용이해져 기술 개발도 한층 강화될 것이다. 이렇듯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우리나라의 신약개발 및 생명공학 연구의 중심지인 충북 오송에 조성되면 글로벌 첨단바이오 산업의 메카로서 그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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