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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증권도 이젠 디지털시대
입력2004-07-22 18:30:27
수정
2004.07.22 18:30:27
정의동 증권예탁원 사장
지난 5월 증권예탁원은 증권박물관을 개관했다. 우리나라 최초이자 세계적으로도 두번째이다. 증권박물관에는 우리나라 증권은 물론이고 1602년 세계 최초로 발행된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 주식과 같은 희귀한 증권도 전시돼 있다. 증권박물관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점차 사라져가는 실물증권을 역사적으로 보존하고자 마련된 것이다.
전자증권제 조속히 도입
최근 금융시장의 디지털화ㆍ사이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금융거래 방식은 놀라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전자화폐가 등장해 네트워크상에서 지급결제가 이뤄지는가 하면 증권거래의 홈트레이딩도 보편화됐다. 또한 오는 2005년부터는 어음도 전자어음 형태로 발행될 예정이다. 이쯤 되면 금융거래의 사이버화와 금융상품의 전자화가 디지털 시대의 기본적 패러다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자증권제도란 증권실물은 발행하지 않고 전자적인 장부상의 기재만으로 유가증권의 권리를 인정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영국ㆍ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전자증권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중국 또한 비록 자본시장의 역사는 짧지만 전자증권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도 전자증권제도를 시행하는 법률을 최근에 제정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90년대 중반부터 전자증권제도 도입에 관한 논의가 있어왔으나 일부계층의 실물선호 의식과 투자자의 정보보호 등 사회ㆍ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도입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전자증권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여건과 기반은 충분히 조성돼 있다고 생각한다. 채권의 경우 올해 4월부터 국민주택채권이 증권실물 없이 장부기재 방식으로 등록 발행됨으로써 채권실물발행제도는 사실상 폐지됐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상장법인과 코스닥등록법인의 주식은 대주주 보유 및 담보거래 등을 위해 발행주식수의 약 30% 정도만 실물주권이 유통되고 있을 뿐이다. 나머지 주식은 증권예탁원에 예탁돼 거래할 때마다 계좌대체의 방법으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전자증권제도로 이행하더라도 큰 무리는 없다고 보여진다.
전자증권제도를 도입하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경쟁력은 여러 측면에서 크게 향상될 것이다. 첫째, 증권실물발행에 따른 각종 비용이 크게 줄어들고 증권업무의 효율성이 크게 증진된다. 전자증권제도가 도입될 경우 연간 약1,300억원이 넘는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증권의 분실ㆍ도난 및 위ㆍ변조 등이 사라져 증권거래의 안정성이 한결 높아질 것이다.
둘째, 증권실물을 제조하지 않으면 증권발행 기간이 그만큼 단축된다. 이에 따라 신규발행 증권이 조기에 상장 또는 등록돼 증권시장의 유동성은 훨씬 증대될 수 있다. 또한 증권실물 유통에 따른 결제위험이 축소되며 증권 관련 사무가 간소화돼 이용자의 편익이 도모된다.
셋째, 금융거래가 보다 투명해질 수 있다. 전자증권제도는 모든 증권의 소유자 및 권리 내역 등을 전자화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전자증권제도가 시행되면 무기명채권이나 양도성예금증서 등과 같이 무기명식 실물증권을 이용한 위법ㆍ탈법 거래가 방지되는 등 금융거래의 투명성은 크게 제고될 것이다.
넷째, 금융거래의 사이버화가 금융시장의 기본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전자증권제도가 도입되면 금융혁신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증권이 표준화된 형태로 발행ㆍ유통된다면 마치 전자화폐와 같이 온라인상에서 증권이 유통되는 것도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자본시장 경쟁력 키워야
전자증권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증권거래 관행과 IT(정보기술)의 수준은 특히 중요하다. 우선 증권거래의 관행을 보자. 소유증권을 실명계좌를 통해 증권예탁원에 맡겨놓고 계좌이체의 방법으로 거래하는 관행이 보편화돼 있다. 이에 따라 증권예탁원은 예탁된 유가증권을 대부분 폐기하고 전자장부상으로 관리하고 있으니 이미 전자증권화가 상당 부분 진전됐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전자인증 시스템이나 해킹방지 기술의 발전 등과 같이 전자적 거래의 안정성과 보안성 확보를 위한 IT 장치들도 완비되는 추세다. 따라서 이 같은 여건을 감안할 때 전자증권제도의 도입은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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