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규모가 9조원이 넘는다고 2일 밝혔다. 지난 5월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 1차 수사 결과 발표(7조6,579억원) 때보다 1조5,000억원가량 늘어난 규모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의 대주주 등이 숨겨놓은 재산 1조원을 확보해 피해를 본 서민에게 돌려줄 방침이다. 하지만 비리에 연루된 현 정부 고위인사는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인물이 드러나지 않아 부실수사 아니냐는 의혹은 걷어내지 못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이날 이 같은 수사 결과를 발표해 3월부터 8개월 동안 진행했던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 수사를 마무리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외형상 총자산 9조9,000억원으로 국내 1위의 저축은행이었지만 실제로는 수조원대의 불법대출을 일삼은 전국 최대 부실 시행사나 다름없었다. 검찰 수사 결과 부산저축은행의 비리 규모는 자기대출 4조5,942억원, 부당대출 1조2,282억원, 3조353억원의 분식회계 등 9조780억원에 달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이 숨겨놓은 은닉재산 654억원과 강제집행이 가능한 9,741억원의 책임재산 등 1조원 규모의 부산저축은행 재산을 찾아내 예금보호공사에 통보했다. 검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기소한 사람은 비리 경영진과 공직자 등 모두 76명에 달한다.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 가운데는 불법대출에 관여한 박연호 회장 등 20명이 기소됐다.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삼성꿈나무장학재단과 포스텍이 참여하도록 부추긴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도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핵심 로비스트 박태규씨의 수사가 진척되면서 현정부 고위 인사인 거물급 로비 몸통이 드러날 것으로 관측됐지만 검찰의 수사 결과는 이런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번 사건은 비리 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르는 만큼 정ㆍ관계 고위층이 부실 대출과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 등에 깊게 연루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무성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같은 세간의 의혹은 사실상 실체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부산저축은행은 청와대와 금융감독원에 로비를 벌이기 위해 거물급 로비스트 박씨를 동원했지만 박씨의 현정부 로비 채널은 김 전 홍보수석을 통한 단선 라인이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그나마 비리가 드러난 정ㆍ관계 인사는 김두우(구속) 전 청와대 홍보수석 외에 김해수(불구속)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은진수(구속) 전 감사원 감사위원, 김광수(구속) 금융정보분석원장, 김종창(불구속) 전 금융감독원장 등이었다. 한편 삼화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뇌물을 받은 김장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 2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