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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 血稅를 두려워하라

공직사회의 기강이 갈수록 풀어지고 있다. 국민의 공복(公僕)이란 당연한 상식조차 무색할 지경에 이르렀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공직자들의 혈세 낭비 사례들을 보면 마치 비리와 부패의 진열장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공직자는 국민의 눈물과 피땀 어린 혈세로 봉급을 받고 국리민복을 위해 멸사봉공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당연히 혈세를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졌고 지금도 비슷한 작태가 끊일 줄 모르고 있으니 국민은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어떤 중앙부처는 직원 106명이 2억7,626만원의 정부예산으로 해외연수라는 명목으로 배낭여행 등 관광성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퇴직을 앞둔 한 지자체 공무원 4,038명은 공로연수라는 명목으로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데 112억원의 혈세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공단ㆍ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ㆍ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은 이사 이상 간부 19명에게 운전사 딸린 관용차를 배정해 연간 21억5,000만원의 국고를 낭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복지공단 임직원이 지난해부터 올 8월까지 사용한 약 16억원의 업무추진비 가운데는 평일 골프, 휴대전화 구입, 주유와 세차, 단란주점 술값, 극장 티켓 구입비 등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야말로 국민의 혈세를 쌈짓돈으로 여겼다는 반증이다. 지난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287억여원의 군인복지기금을 지원받은 국방부 산하 군사문제연구원은 2000년 이후 총 15개 사업에 투자해 150억원이나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기획예산처는 공기업 임원들의 해외여행경비를 조정한다고 밝혔다. 모 공기업 사장의 경우 여행준비금만 해도 미화 2,000달러(약 180만원)이며 상무급 임원들은 해외여행시 주로 1등석을 타고 체재비도 1일 600~500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은 지난 3년간 허위 경영보고서를 제출해 경영평가 1위를 차지, 이를 근거로 막대한 성과급을 받았다고 한다. 공무원의 혈세 낭비는 주인인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다. 나아가 국부(國富)의 도둑질과 마찬가지다. 공직자들의 흥청망청한 혈세 잔치가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란 말이 나온 지도 오래 전이고 ‘가렴주구(苛斂誅求)’란 말도 있다. 가렴주구란 세금을 가혹하게 징수하고 백성의 재물을 빼앗는 짓을 가리키니, 이는 곧 학정(虐政)과 다른 말이 아니다. 정부가 세금 쥐어짜기에 혈안이 되다시피 하니 가렴주구란 말이 나오는 것이다. 혈세를 두렵게 여겨 아껴 쓸 생각은 않고 걸핏하면 국민의 부담을 늘려 고혈을 짜내려 하니 학정이라고 하는 것이다. 혈세는 국민이 희생과 고통을 무릅쓰고 낸 세금이다. 혈세를 낭비한다는 소리를 듣기 싫다면 과중한 세금부담을 줄이고 낭비요소를 없애며 작은 정부를 지향해 씀씀이를 대폭 줄여야 마땅할 것이다. 국민의 동의도 받지 않고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국책사업이나 개혁개방의 기대치가 매우 낮은 대북지원에 계속해서 혈세를 쏟아 붓고 있지 않은가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정부 부처와 업무가 중복되는 수많은 유명무실한 위원회도 대폭 정비해야 하고 이 정권 들어 6만명이나 늘어난 공무원 수도 대폭 줄여야 한다.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는 일일이 그 예를 들 수도 없이 많다. 지난 5년 동안 공무원 수를 6만명 이상이나 늘린 것이 국리민복은커녕 되레 혈세의 낭비와 도덕적 해이만 불러온 것은 아닌가. 공무원들이 변해야 한다. 자기 돈이라면 이렇게 펑펑 쓰지 못할 것이다. 중산층이 무너지면 빈민이 되고, 빈민이 추락하면 원민(怨民)이 된다. 국민을 한 많은 궁민(窮民), 원민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모름지기 공직자라면 혈세를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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